공한증을 인해전술로 극복하려는 것일까. 중국축구협회가 오는 9월 1일 우리나라(경기장 미정)에서 열리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차전을 앞두고 티켓 5만장 사전 판매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원정경기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월드컵을 향한 마지막 관문으로 들어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은 19일 경기도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지도자 세미나에서 “중국 측에서 3만장 이상의 티켓을 요구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우리 홈경기지만 중국 축구팬들이 많이 온다고 한다”며 “이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중국 응원단으로 뒤덮인 홈경기를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중국축구협회 직원이 지난 1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으로 찾아와 한중전 티켓 구매를 문의했다”며 “중국이 한국 원정을 준비하면서 미리 대규모 티켓을 문의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중국 측은 당초 입장권 5만장을 요청했다. 지금은 최소 2만장 수준으로 내려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러시아월드컵을 향한 마지막 관문인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이란 우즈베키스탄 중국 카타르 시리아와 함께 A조로 편성됐다. 첫 상대는 중국이다. 일정은 9월 1일 홈경기로 결정됐지만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 경기장은 6만8000석 규모의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유력하다.
중국 여행사들은 아시아 최종예선 1차전을 패키지 여행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티켓 2만장은 중국 측이 요구한 기본 수량이다. 이 상품의 인기가 좋아 수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중국의 열기는 높지만 우리나라 축구팬이 경기장을 얼마나 많이 방문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더욱이 9월 1일은 목요일이어서 우리나라 축구팬의 관전이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 축구팬들은 SNS와 축구 커뮤니티사이트에서 “중국전을 관전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한축구협회가 티켓을 중국 측에 미리 넘기지 말고 인터넷 예매 사이트로 공정하게 배분하라”는 의견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프로그램을 사용해 티켓을 다량 확보하고, 우리는 서버 과부화에 걸려 접속조차 못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중국에서 최대 5만명의 응원단이 방문할 경우 슈틸리케호는 사실상 원정경기와 같은 분위기에서 싸울 수밖에 없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수용인원은 우리나라에서 최대 규모다. 한중전이 다른 경기장에서 열릴 경우 중국 응원단의 비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