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리드 앤더슨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예술감독 "강수진은 예외적인 발레리나"

입력 2016-07-19 17:14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덕분에 한국에도 친숙한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은 올해 리드 앤더슨 예술감독의 취임 20주년을 기념해 지난 15일부터 24일까지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지난 16~17일 국립발레단을 비롯해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출신이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무용단들의 갈라공연 및 심포지움인 ‘넥스트 제너레이션’과 22일 강수진 단장의 은퇴공연인 ‘오네긴’은 페스티벌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슈투트가르트 오페라하우스에서 만난 앤더슨 감독은 “다음 세대(Next generation)를 키우고 지원하는 것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기본 철학”이라며 “내가 이곳에 있는 20년 동안에만 95개의 세계초연작이 올라갔다. 새로운 생각과 시도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오랜 전통이 이어졌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어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출신으로 세계 각지에서 무용단을 이끄는 내 다음 세대의 예술감독들이 모이고, 각 예술감독들의 다음 세대에 속하는 무용수들이 공연을 펼치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극장에서 한국 국립발레단 등 5개 발레단의 갈라공연 ‘넥스트 제너레이션’이 끝난 뒤 모두 리드 앤더슨 예술감독의 20주년 취임을 축하하고 있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공식 페이스북

지금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만든 안무가 존 크랑코는 ‘드라마 발레의 완성자’로 세계 발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주립발레단 격인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이 국제적인 위상을 지니게 된 것은 존 크랑코가 남긴 걸작 발레와 함께 수많은 안무가를 배출해냈기 때문이다. 케네스 맥밀란, 존 노이마이어, 이리 킬리안, 윌리엄 포사이스, 우베 숄츠 등이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통해 안무가로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또한 세계 각국의 발레단 예술감독 중에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출신들이 유독 많다.

앤더슨 감독은 “우리 발레단의 후원회인 노베르 소사이어티와 함께 매 시즌 재능있는 신인 안무가에게 공연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고 있다. 이 전통은 60년전에 시작돼 크랑코 이후 매우 활성화 됐다”면서 “이리 킬리안, 윌리엄 포사이스, 우베 숄츠 등 세계적인 안무가들이 자신의 첫 작품을 여기에서 발표했다. 이것은 우리 발레단의 자부심이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출신으로 영국 로열발레학교를 졸업한 그는 로열발레단을 거쳐 1967년 존 크랑코가 이끌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수석무용수로 입단했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발레 마스터를 거친 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럽비아 발레단과 캐나다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을 역임한 그는 1996년 마르시아 하이데의 뒤를 이어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예술감독으로 돌아왔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그는 2018년을 끝으로 예술감독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현재 발레단 부감독인 타마스 디트리히가 지난해 그의 후임 감독으로 선정됐다.

그는 “지난 20년간 존 크랑코의 유산을 충실히 잇는 한편 새로운 안무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폭넓은 스페트럼의 레퍼토리들을 축적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존 크랑코 발레학교의 신축을 성사시킨 것을 최대 성과로 꼽고 싶다”고 밝혔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부설 발레학교인 존 크랑코 발레학교는 1971년 슈투트가르트 오페라극장 인근에 설립됐다. 세계적인 발레학교로 위상이 높아지면서 전세계에서 학생들이 몰려들었지만 오랫동안 연습실 부족 문제에 시달려 왔다. 동분서주 끝에 그는 지난 2013년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슈투트가르트 시 그리고 자동차회사 포르쉐의 후원을 얻어 공사비 5000만 유로(약 630억원)가 투입되는 신축 결정을 이끌어냈다. 현재 새롭게 짓고 있는 존 크랑코 발레학교는 2018년 문을 열 예정이다.

그는 “전세계 문화예술계가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재정난을 겪고 있지만 우리 발레단은 다행스럽게 재정적 문제가 없다. 주정부와 시당국, 인근 기업들이 우리 발레단을 자랑스럽게 여겨서 후원을 적지 않게 하는 편”이라면서 “여기에 시민들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에 객석이 늘 만석이다. 지난 20년간 우리 발레단의 평균 티켓 판매율은 객석(1400석)의 93%에 이른다. 어떤 시즌에는 99%나 됐다. 물론 이런 신임을 얻기까지 우리 발레단이 피나는 노력을 했음은 물론이다”고 토로했다.

강수진 단장이 이끄는 국립발레단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주최 '넥스트 제너레이션' 초청받아 공연을 펼쳤다. 국립발레단 제공

그는 오는 22일 이곳에서 은퇴공연을 갖는 강 단장에 대해서 특별한 감정을 드러냈다. “수진과 나는 딸과 아빠 같은 관계”라며 미소를 띈 그는 “수진은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가진 특별한 존재다. 가르쳐주는 것을 모두 흡수한 뒤 무대 위에서 그 이상의 것을 발산하는 ‘예외적인’ 발레리나”라고 말했다. 이어 “수진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관객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을뿐만 아니라 단원들을 이끌어나가는 존재였다”면서 “수진이 발레리나로서 은퇴하는 것은 정말 아쉽지만 리더로서 한국의 국립발레단을 잘 이끌어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