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조작한 교수 대신 38억 빚더미 오른 대학원생들

입력 2016-07-19 14:28 수정 2016-07-19 16:21

지난 4월 성균관대학교가 의약품 조작 실험에 참여한 대학원생들에게 수십억원의 구상권을 청구했던 사실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각색한 웹툰이 18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지면서부터다.

지난 18일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웹툰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 X대학교 구상권 소속 폭로 특별편’이 올라왔다.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는 실제 사례를 각색해 대학원생들의 현실을 그려낸 웹툰을 연재하고 있다.


웹툰의 내용은 이러하다. 2008년 약학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던 정호와 백현, 창민은 8년 뒤 의약품 실험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다.

하지만 그들은 당시 지도교수인 지현수 교수가 시키는대로 했을 뿐이었다. 조작인지도 몰랐던데다 ‘을’인 대학원생의 입장에서 교수의 지시를 거부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책임자였던 지도교수는 ‘개인파산’을 신청한 뒤 변제할 능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곤 다른 대학교의 특임교수로 임용돼 베트남으로 떠난다. 현지 약학대학 건립에 참여한다고 이유를 댔다.


1심에서 판사는 학교 측에 “같은 사례인 C대학교의 경우 학생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았다”며 학교 측에 소송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지만 X대학교는 이를 거부한다.


결국 1심에서 학교가 승소하고 정호와 백현, 창민에게 38억원을 보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진다.

웹툰을 본 네티즌들은 지난 4월쯤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매우 흡사하다며 성균관대학교를 비판하고 있다. 당시 성균관대학교는 구상금을 지도교수뿐 아니라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3명에게도 청구해 논란을 빚었다.

네티즌들은 “대학원생이 착취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이를 악용하는 일부 교수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연구책임자인 교수들이 힘을 모아야하는 것 아니냐”며 해당 학교 교수들의 태도를 문제 삼기도 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