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디펜딩 챔피언 레스터시티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65·이탈리아) 감독이 초심(初心)을 강조했다. 스포츠 도박사들마저 지난 시즌보다 우승확률을 하향 조정한 팀 상황을 언급하며 현실적인 목표를 세웠다.
라니에리 감독은 19일 이탈리아 일간지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시즌의 명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것”이라며 “지난 시즌엔 환상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아마 반복하기 어려운 업적일 것이다. 이제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넘길 때가 왔다”고 말했다.
레스터시티는 창단 132년 만인 2015-2016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맨체스터시티(맨시티), 아스날, 첼시, 리버풀 등 기존의 강호들이 점령한 프리미어리그에서 기적적인 우승을 일궜다.
지난 시즌 도박사들이 레스터시티에 걸었던 우승 확률은 5000분의 1이었다. 하지만 준우승 팀 아스날을 승점 10점 차이로 따돌릴 정도로 레스터시티의 돌풍은 거셌다.
하지만 2016-2017 시즌은 상황이 다르다. 레스터시티의 우승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맨유 맨시티 첼시 등 빅클럽은 감독부터 선수단까지 대대적인 리빌딩에 들어가며 전력을 대폭 끌어올리고 있다.
더욱이 레스터시티는 선수를 거의 보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은골로 캉테(25·프랑스) 등 핵심 선수들이 이적으로 이탈하면서 전력 하락이 예상된다. 레스터시티의 2연패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과제다. 도박사들마저 디펜딩 챔피언인 레스터시티의 우승 가능성을 6000분의 1으로 하향 조정했다.
라니에리 감독은 현실적인 목표를 세웠다. 그는 “도박사들이 지난 시즌 우리의 우승 확률을 5000분의 1로 예상했지만 이번엔 6000분의 1을 매겼다. 우리는 이 확률의 각오로 싸워야 한다”며 “목표는 승점 40점 달성과 프리미어리그 잔류”라고 했다.
승점 40점을 위해 필요한 승리는 10차례 안팎이다. 사실상 중하위권의 성적이다. 2부 리그 강등권 탈출의 하한선은 17위다. 라니에리 감독의 목표는 너무 자신감을 잃은 것이 아니냐는 시선을 받을 수 있지만 지극히 냉정하다.
라니에리 감독은 “우선 첫 과제를 달성하면 목표를 조금씩 상향해야 한다”며 “리그 10위권 진입, 유로파리그 진출권 획득,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획득, 5개 우승 트로피 중 1개 획득 순으로 하나씩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