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암치료병원 '양·한방 협진' 활성화…우리는?

입력 2016-07-18 23:24
이달 15일부터 전국 13개 의료기관이 양한방 협진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끊임없는 양·한방 갈등으로 실질적인 협진이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유명 암치료병원들은 오래전부터 양·한방 협진 치료가 활성화돼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18일 대한한의사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암치료에 있어 내로라하는 의료기관들은 대부분 한양방 협진을 통해 환자를 돌보고 있다. 존스홉킨스병원과 엠디앤더슨 암센터, 하버드의대 부속병원인 다나파버 암연구소,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 등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주요 암센터들이 한양방 협진을 실시하고 있다.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U.S. News & World Report 평가 미국 암병원 1위)소속 게리 덩 박사는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침술 등 한의학의 효과를 본 환자들의 경우 80% 정도가 치료를 받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으며, 전체 환자의 80% 가량은 한·양방 협진에 만족해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암치료의 한양방 협진 효과도 입증되고 있다. ‘비소세포폐암환자에 대해서 한·양방 치료 병행 시 환자생존율이 증가하고 항암치료에 따른 피부 및 소화기계 부작용이 감소한다(J Integr Med. 2014년)’, ‘진행 간세포함 환자 288례를 분석한 결과 한약투여와 간암환자의 생존기간 사이에 유의한 상관성이 있다(Nature 자매지 Scientific Reports. 2016년)’를 비롯한 많은 국제 학술논문 및 연구결과들이 한양방 협진 치료의 효능과 장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암치료를 위한 한양방 협진을 하는 의료기관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국립의료기관 중 한의과가 설치된 곳은 국립중앙의료원과 부산대병원 단 2곳 뿐이다. 국립암센터와 서울대병원 등에도 한의과 개설이 추진됐지만 의사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의사들의 한양방 협진 치료에 대한 발목 잡기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5월 한의사와 양의사를 위한 학술세미나로 기획된 대한통합암학회 학술대회가 의사단체들의 강한 외압으로 결국 한의학 관련 모든 세션 취소와 교육 대상에서 한의사를 제외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이번 보건복지부의 ‘양한방 협진 활성화 시범사업’에도 “한의사들이 협진을 핑계로 현대의료기기를 쓰려는 수순”, “임상적 치료효과가 불분명한 한의 의료행위에 건보재정을 투여해 한의 몸집부터 키우겠다는 지극히 위험한 정책” 등의 이유로 강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양방 협진은 양의사나 한의사의 이익문제로 바라볼 일이 아닌, 국민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복지부가 추진하는 시범사업 역시 의사들의 방해로 그 성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이대로 가다간 5년, 10년 뒤 한국의 암환자가 한양방 협진 치료를 받기 위해 미국에 가야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