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최근 20대 여성이 성폭행을 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런데 숨진 여성을 3년 전에 성폭행한 남성들이 다시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현짓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지난주 인도 북부의 한 도시에서 20세 여대생이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됐다. 숨진 여성의 오빠는 현지 언론인 힌두스탄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3년 전 성폭행 사건을 합의해주지 않아 보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가해자들이 그가 다니는 대학 근처에서 자동차로 납치한 뒤 성폭행하고 살해했다는 것이다.
숨진 여성은 3년 전 남성 5명으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그는 인도의 전통적 신분제인 카스트의 가장 낮은 계급이었고, 남성들은 상위층에 속했다. 사건 뒤 남성들은 합의를 시도했으나 숨진 여성의 가족은 거부했다. 결국 가해자 2명은 구속됐고, 3명은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이에 숨진 여성의 가족은 나머지 3명도 기소해야 한다며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가해자들은 합의금 7만5000달러(약 8500만원)를 제시했지만 가족은 “돈이 아니라 처벌을 원하다”며 응하지 않았다. 인도 근로자 평균연봉이 1500달러(약 17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거금이지만 돈에 굴복하지 않았다.
인도에서는 카스트 제도가 헌법상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시골 마을에서는 여전히 지켜진다. 특히 상위계급 남성이 하위계급 여성을 성폭행해도 피해자의 계급이 낮다는 이유로 무마되는 경우가 흔하다. WP는 이 사건을 전하며 “피해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로흐탁 지역은 전통적으로 남성 우월주의가 강한 곳”이라며 “그동안 이 지역 마을위원회에서 여성혐오적인 결정을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