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은 지난해 강수진 단장이 활약했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벤치마킹해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KNB 무브먼트’를 시작했다. 12명의 단원이 9개의 작품을 발표했는데, 이중 강효형(28)이 안무한 ‘요동치다’가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요동치다’는 흑백으로 대비되는 강렬한 조명 속에 발레리나 7명이 국악 타악에 맞춰 전통춤의 몸짓을 선보이는 작품이다. 올해 대한민국발레축제를 비롯해 라오스와 캄보디아에서 열린 국립발레단의 갈라공연 레퍼토리로 포함돼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16일(현지시간) 강 단장의 친정인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이 리드 앤더슨 취임 20주년 축하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기획한 갈라공연 ‘넥스트 제너레이션’에서도 선보이는 성과를 얻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극장에서 만난 강효형은 “처녀작인 ‘요동치다’가 독일에서도 공연되다니 너무너무 행복하다. 많이 부족한 작품인데도 강 단장님께서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면서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만들라는 격려인 것 같다. 더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해서 좋은 안무가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9년 국립발레단에 인턴으로 들어와 이듬해 정식 단원이 된 강효형은 현재 드미솔리스트다. 지난 2014년 댄싱나인 2에 출연해 대중에게도 얼굴을 알린 바 있다. 움직임 안에 서정성과 에너지가 담긴 안무에 능한 이리 킬리안, 알론조 킹, 알렉산더 에크만 등이 그의 롤모델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무용수로서 춤을 추는 것 외에 직접 춤을 만드는 안무에 관심이 있었다. 안무가로서 걸음마 단계인 만큼 다양한 스타일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다만 발레의 본질을 기본으로 하면서 현대무용이나 전통춤의 요소를 넣어 춤을 확장시키고 싶다. 좋은 안무가는 뻔한 요소들을 가지고 새롭게 조합해 내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아직은 솔로나 듀엣보다는 무대 위에서 시각적 대형의 조합이 다양하고 에너지 넘치는 군무를 만드는 게 재밌다. 관객들이 끝까지 긴장을 유지하게 만드는데 군무가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무할 때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뒤 이미지를 떠올리는 편이다. 지난해 국악그룹 푸리의 ‘다드리’II를 가지고 만든 ‘요동치다’가 대표적이다. 그는 “10분 내외의 작품 길이에 맞는 국악을 찾던 중 친구가 푸리의 음반을 소개시켜줬다. 듣는 순간 변화무쌍한 리듬과 가락의 변주가 마음에 들었다”면서 “지난해 안나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가 안무한 ‘로사스 댄스 로사스’를 봤는데, 여성 무용수 4명만 출연했었다. 최근 안무가들이 파워 있는 남성 무용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 작품을 보면서 여성 무용수만으로도 섹시함과 강함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한마디로 내 작품에서 ‘우먼 파워’를 드러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무뿐만 아니라 직접 출연도 한다. “내가 만들어낸 움직임을 내 자신이 잘 소화하고 싶었다”면서 “게다가 내가 춤을 추지 않고 보고만 있으면 공연 내내 더 긴장되고 허전할 것 같았다”고 웃었다.
지난해 그의 작품을 발굴해내는 성과를 거뒀던 국립발레단의 ‘KNB 무브번트’는 오는 30~31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제2회가 열린다. 단원 8명이 7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도 올해 ‘슬래싱 스루 더 라이트(빛을 가르다)’라는 작품으로 다시 도전한다. ‘요동치다’와 마찬가지로 국악밴드 푸리의 음악 및 조명의 강렬한 대조가 활용될 예정이다. 그는 “이번 작품은 ‘요동치다’의 연장선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국악을 활용한 안무를 시리즈로 만들어보고 싶다”면서 “지금은 욕심내지 않고 내 목마름을 차근차근 풀어내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