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UFO목격 사건, 조선에 온 명나라 흑인병사 등 기록 조선왕조실록에 ‘풍성’

입력 2016-07-18 16:31
태조실록, 태종실록, 세종실록 등 조선왕조실록 표지들. 국가기록원 제공
광해군일기 등 조선왕조실록 표지들. 국가기록원 제공
세쌍둥이 출산 하사금 지원 문제를 놓고 세종과 신하들이 논의한 내용(붉은색 안)이 기록된 세종실록. 국가기록원 제공
조선왕조실록 중 하나인 ‘광해군일기’는 조선 제15대 왕 광해군의 재위 기간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1609년 9월 25일자에는 이형욱 강원도 감사가 강원도에서 목격된 ‘화광(火光)’에 대해 보고한 내용이 나온다. 8월 25일 강원도 다섯 곳에서 화광이 목격됐는데 간성군에서는 햇무리, 원주목에서는 붉은 색 베, 강릉부에서는 큰 호리병, 춘천부에서는 큰 동이, 양양부에서는 세숫대야 모양이라고 표현돼 있다. 이 때 목격된 화광은 UFO(미확인 비행물체)로 짐작되는데 이 기록은 한류 열풍을 몰고 온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모티브가 됐다.

◇UFO 사건·조선에 온 흑인병사…조선왕조실록 주제 토크콘서트=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이 ‘2016 ICA(세계기록관리협의회) 서울총회’ D-50일을 맞아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기특한(기록이 특별한 대한민국)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아나운서 최원정씨와 개그맨 이윤석씨의 사회로 열린 토크콘서트는 ‘세계기록문화의 정수 조선왕조실록, 그 숨겨진 이야기’를 주제로 오는 9월 5~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세계기록총회를 홍보하는 자리로 60여분간 진행됐다.

조선왕조실록은 조선 태조부터 철종에 이르기까지 25대 472년간의 역사를 연월일 순서에 따라 편년체로 기록한 총 1893권 888책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UFO 목격 사건처럼 희귀하고 재미있는 기록들의 보고(寶庫)다.

선조실록 1598년 5월 26일자에는 명나라에 파견된 흑인 병사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명나라 파견군 장수가 연회 중에 선조에게 파랑국(포르투갈) 사람이라며 데리고 온 ‘얼굴 모습이 다른 신병(神兵)’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실록은 이날 처음 본 흑인 병사에 대해 “노란 눈동자에 얼굴빛은 검고 사지와 온몸도 모두 검다. 턱수염과 머리카락은 곱슬이고 검은 양모(羊毛)처럼 꼬부라졌다”고 기술했다. 이틀 뒤 흑인병사 3명이 임금 앞에서 검술을 선보여 은자 한량씩을 선물로 받았다는 기록도 있다.

◇곡식을 축내고 살인까지 해 섬으로 귀양 간 코끼리=태종 11년에는 일본국왕으로부터 선물받은 코끼리 이야기가 나온다. 코끼리는 매일 콩 4~5두(말)를 먹어치웠는데 어느 날 사람을 밟아 죽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금으로 치면 국토교통부 차관쯤 되는 공조전서를 지낸 이우를 죽인 것이다. 연간 수백 석이 넘는 식량을 축내는 데다 사람까지 죽이자 태종은 코끼리를 전남 보성의 섬인 장도로 귀양을 보낸다. 태종 14년 섬으로 쫓겨난 코끼리에 대한 보고가 올라온다. 전라도 관찰사는 “길들여진 코끼리를 장도라는 섬에서 방목하는데 풀을 먹지 않아 날로 수척해지고 사람들을 보면 눈물을 흘린다”는 내용으로 왕에계 장계를 올렸다.

세종실록 53권 1431년 7월 5일에는 임금과 승지가 세쌍둥이 지원에 대해 논의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조선시대에도 세쌍둥이를 낳는 건 임금이 쌀과 콩 10석을 직접 하사할 정도로 경사스러운 일이었다. 문제는 세쌍둥이 중 두 아이가 죽고 한 아이만 살아남았는데 하사품을 얼마나 지급해야 할지에 대해 의견을 모으는 내용이었다. 세종은 하사품을 전부 지급하는 것이 옳다고 했지만 승지 안승선의 반대로 지급은 하되 쌀 5석을 하사는 것으로 결정됐다.

◇우리나라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강국=우리나라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13건이나 될 정도로 기록 강국이다. 등재 건수로는 독일(20건), 폴란드(14건)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고 아시아 국가로는 최다 보유국이다.

세계기록유산은 유엔 산하기구인 유네스코가 세계의 귀중한 기록물을 보존·활용하기 위해 1997년부터 2년마다 선정한다. 국제자문위원회에서 심의·추전하고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선정한다. 우리나라 기록물은 1997년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이 처음으로 등재됐다. 2001년에는 승정원일기, 현존하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불조직지심체요절이 이름을 올렸다. 2007년에는 조선왕조 의궤와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이, 2009년에는 동의보감 초판 완질본, 2011년에는 조선 후기 왕들의 언동을 기록한 일성록과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이 각각 등재됐다. 2013년에는 난중일기와 새마을운동기록물이, 지난해에는 한국의 유교책판과 KBS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세계 기록인의 대축제 ‘2016 ICA 서울총회’=ICA 총회는 4년 마다 열리는 ‘기록관리 올림픽’으로 올해는 9월 5~10일 서울 코엑스 일원에서 열린다.

중국, 말레이시아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세 번째로 열리는 서울총회는 ICA와 국가기록원이 공동 주관한다. 전 세계 190여국 기록 관련 기구 관계자와 전문가, 관련 학계·산업계 관계자 등 2000여명이 참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기록, 조화와 우애’를 주제로 열리는 서울총회는 국제회의, 특별강연, 250여편의 학술발표, 특별세션 등 주요 행사와 산업전, 기록전시회, 기록문화탐방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산업전은 국내외 관련 기업의 100여개 부스와 국립중앙도서관·장서각·외교부 등 공공기관의 60여개 부스가 운영돼 기록보존의 최신 기술과 디지털 기록의 미래를 살펴볼 수 있다.

이번 총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면 우리나라는 2004년 박물관총회(ICOM), 2006년 도서관총회(IFLA)에 이어 유네스코 주관 3대 문화총회를 모두 개최하게 된다.

행정자치부는 18일 토크콘서트가 끝난 뒤 사회를 본 최원정 아나운서와 개그맨 이윤석씨를 ICA서울총회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홍윤식 행자부 장관은 “이번 총회가 대한민국의 우수한 기록문화와 앞선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전자기록관리의 선도적 모델을 제시해 ‘기록 한류’를 여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