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시고~ 하나, 둘, 셋, 날리세요!”
선생님의 신호와 함께 800여개의 오색 종이비행기가 교실 창밖으로 쏟아졌다. 학생들은 각자의 소망을 담은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친구야, 사랑해!”를 힘차게 외쳤다. 무지갯빛 종이비행기들이 자유롭게 푸른 하늘을 유영하는 동안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는 선생님의 음성이 학생들의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학교폭력예방은 나와 친구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혹시 그동안 친구와 풀지 못한 응어리가 있었다면 지금, 여러분이 날린 비행기와 함께 그것까지도 모두 하늘 높이 날아갔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18일 오전, 노원구 한글비석로 청원여자고등학교(교장 권승택)에서는 학교폭력예방을 위해 친구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는 플래시몹 행사가 열렸다. ‘친구야! 네가 있어 행복해♡’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날 행사는 교내 또래상담 동아리 ‘너나들이’(지도교사 유종헌) 학생들이 기획했다. 학교 측은 종이비행기의 내용 중 우수작 20편을 선정해 문화상품권을 증정한다.
너나들이는 교육부, 여성가족부,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지원하는 솔리언 또래상담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동아리다. 솔리언(SOLIAN)'이란 ‘solve’(해결하다)와 ‘ian’(사람)의 합성어로, 또래의 고민을 듣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자 돕는 친구를 뜻한다. 또래친구의 진심어린 걱정과 위로가 때로는 교사나 부모의 격려보다 더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너나들이는 그동안 ‘찌질이 올림픽’(2013) ‘종이비행기 날리기 플래시몹’(2014) ‘말의 힘’ 프로젝트(2015) ‘나의 꿈에 날개를 달다-천사의 날개 포토존 제작 및 설치’(2016)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획해 실행에 옮겼다. 너나들이는 친구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과정을 통해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키워 집단따돌림 및 학교폭력예방, 안전한 학교문화를 조성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013년부터 위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는 이형준 전문상담교사는 “한낱 구호에만 그칠 수 있는 학교폭력예방활동이 아니라 학교 실정에 맞는 맞춤형 활동에 주안점을 두었다”면서 “자연스럽게 전교생 모두가 동참해 보다 실질적인 행사가 되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행사를 총괄했던 너나들이 부장 이다연(18)양은 “3학년에 올라온 이후 발등에 떨어진 입시와의 전쟁을 치르느라 늦은 밤까지 프로젝트 준비에 애쓴 동아리 후배들을 많이 지원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라며 “지난번 보다 더욱 발전한 플래시몹을 재현해 후배들의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성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학교 본관 앞에 내걸린 ‘친구야! 네가 있어 행복해♡’ 현수막 밑에 사뿐히 내려앉은 종이비행기에는 이러한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장난이어도 친구를 종이처럼 구기지 말아요. 반성하고 펴 주려고 해도 구겨진 자국은 없어지지 않아요.”
“친구야 오르막길이 힘들지? 내가 뒤에서 밀어 줄게, 친구야 내리막길이 험하지? 내가 손잡아 줄게”
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
곽경근 기자 kkkw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