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무섭습니다”
“다음 주부터 저는 개학입니다. 아이는 방학이고…”
“어릴 땐 방학이 참 짧게 느껴졌는데 엄마가 되고 나니 방학이 이렇게 길 줄이야…”
맘카페는 이제 막 시작된 방학 때문에 걱정이라는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방학에 대한 근심은 직장맘이나 전업맘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직장맘은 출근을 이유로 아이가 방치될까 노심초사하는 반면 전업맘은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할 생각에 눈앞이 캄캄합니다.
물론 요즘은 학교에서 운영하는 돌봄교실이나 방과 후 수업이 있어 비교적 형편이 나아졌다합니다. 하지만 “방학 때 무엇으로 시간을 보내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죠. 학기 때처럼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지 않은 데다 직장맘들은 ‘내 아이만 늦게까지 있는 게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전업맘 자녀라도 학교 프로그램에 아예 참여시키지 않을 순 없죠. 혼자 집에만 있기엔 아이가 너무 심심하기 때문이죠. 요즘 같이 볕이 강할 땐 놀이터에 나가기 쉽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나간다고 해도 아이들이 없죠. 결국 야외에서 친구와 놀 수 없다는 겁니다.
친구를 초대하는 건 어떨까요? 많은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기에 시간을 맞추기 힘듭니다. 만약 시간이 돼서 친구를 초대했다고 하더라도 공공주택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뛰면 안 돼”라는 말을 입에 달 있어야 하죠. 대신 키즈카페와 같은 시설을 이용해볼까 싶다가도 만만치 않은 비용과 유행성 질병 때문에 선뜻 가지지가 않습니다.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이거나 청소년이면 물리적인 문제는 상대적으로 줄어듭니다. 하지만 사사건건 부딪히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더합니다. 부모 자식 간의 갈등이 격화되는 셈이죠. 이는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경향보고서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2013년 자료에를 살펴보면 청소년 상담이 학기 보다 방학기간에 29.5% 급증합니다. 상담 주제도 8월과 12월에 가족 문제가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녀가 어리거나 크거나, 직장맘이나, 전업맘이나 상관없이 방학이 두렵습니다. 결국 엄마들은 학원이나 방학캠프를 보내게 돼죠. 요즘은 소위 말해 집에서 노는 애가 없기에 친구도 여기에서 만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과적으론 비용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죠. 엄마들 사이에선 방학을 기점으로 사교육에 입성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한 영어교육 전문기업이 조사한 설문조사(2015년)도 이를 반증하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 초등학교 학부모 10명 중 9명은 방학 때 사교육을 시킬 계획이며 평균 지출 비용은 여름 방학 땐 39만2000원, 겨울 방학 땐 45만1000원으로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죠.
그렇다며 엄마들이 방학을 무서워한 게 언제 부터일까요? 아마도 골목놀이 문화가 사라진 후부터가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지금의 기성세대들이 어렸을 때만해도 방학동안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곳이 많았습니다. 골목 구석구석에서 아이들이 고무줄 놀이를 하고, 구슬치기를 하고, 딱지치기를 하고 있으니 어디서든 끼어 놀았죠. 심심하면 친구들과 줄넘기 대회를 열고 더운 날씨엔 물총싸움을 하기도 했죠.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줄넘기를 학원에서 배웁니다. 친구들과 단체 줄넘기를 하려면 아이들이 있는 태권도장을 가야하죠. 초등학교에 저학년까지는 엄마 손을 붙잡고 갑니다. 축구는 축구교실에서 하고, 야구는 야구교실에서 합니다. 여름철 물놀이는 수영교실에서 하죠. 과거 동네 오빠 누나랑 함께 했던 방학숙제도 모두 학원에서 합니다. 미술 숙제는 미술학원에서, 과학숙제는 수학학원에서 하죠.
때문에 엄마들이 아이와 함께 방학계획표가 아닌 학원계획표를 세워야 합니다. 학원계획표는 선행학습을 동반하죠. 비용이 들어간 만큼 그에 대한 결과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이쯤되면 엄마뿐 아니라 아이도 방학이 그리 달갑지는 않을 듯 합니다. 아이도 엄마도 괴로운 방학,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요?
◇맘(Mom)편 뉴스는 엄마의 Mom과 마음의 ‘맘’의 의미를 담은 연재 코너입니다. 맘들의 편에선 공감 뉴스를 표방합니다. 매주 월요일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