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와 여당에서 개각이 ‘중(中) 규모’ 이상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규모 개각이란 총리를 제외하고 19명인 각료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교체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 이튿날 개각 가능성을 언급하며 “아베노믹스(아베 내각의 경제정책)와 외교를 포함해 참의원 선거에서 약속한 것을 이행하기 위한 강력하고 새로운 포진을 만들어 가고 싶다”고 밝혔다.
신문은 당내 ‘입각 대기조’에 있는 인사 사이에서 아베 총리의 이 발언은 소규모 개각이 아님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입각 대기조란 임기 4년인 중의원 5선, 혹은 임기 6년의 참의원 3선 이상이지만 내각에 기용된 적이 없는 중진인사를 뜻하는 용어로 70명 정도다.
‘임기 내 헌법 개정’을 희망하는 아베 총리가 2018년 9월 끝나는 자민당 총재 임기를 연장하기 위해서라도 상당 규모 이상의 개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베 총리는 숙원인 ‘평화헌법 개정’을 임기 안에 이루고 싶어 하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이 모자라다.
자민당 당규에 따르면 총재직은 한 번만 연임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9월 취임 후 지난해 9월 연임했기 때문에 추가 연임은 불가능하다. 일본에서는 집권여당의 총재가 총리를 맡으며 총재 임기가 다하면 총리직에서도 물러나는 것이 관례다.
결국 집권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당규를 고쳐야 하고, 당규를 고치기 위해서는 당내 인사의 폭넓은 지지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때문에 당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입각 대기조의 불만을 달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집권한 이후 2014년 9월과 지난해 10월 개각을 했지만 가장 중요한 자리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아소 다로 재무상 겸 부총리,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바꾸지 않았다. ‘여성 중용’을 강조하며 입각 대기조보다 정치 경험이 짧은 여성의원을 내각에 기용한 경우도 많아 당에서 불만의 소리도 많았다.
이번 개각에서는 기시다 외무상과 아소 재무상의 교체 가능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아베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아베노믹스와 함께 ‘외교’를 언급한 것도 외무상 교체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시다는 자민당에서 ‘고치카이(宏池會)’라는 파벌의 수장인데, 이 파벌 안에서도 “기시다가 차기 총리를 노리려면 지금쯤 내각에서 나와 힘을 키워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요미우리는 설명했다.
아소 재무상은 오랫동안 아베 총리의 맹우로 불렸지만 지난 5월 아베 총리가 소비세 인상 연기 방침을 밝히자 공개석상에서 반발하며 불협화음을 노출했다. 때문에 아베 총리가 아베노믹스 실행을 강조한 만큼 개각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