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요청한 터키 군인 넘겨줘야 하나… 고민에 빠진 그리스

입력 2016-07-17 00:06 수정 2016-07-18 08:58
터키 군부가 일으킨 쿠데타 실패 직후 헬기를 타고 그리스로 달아난 터키 군인 8명의 처분을 놓고 그리스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그리스 사법당국은 우선 이들을 불법입국 혐의로 기소했다고 17일 AP통신이 전했다.

모두 장교 신분인 이들은 16일 오전 쿠데타가 실패하자 블랙호크 헬기를 이용해 국경을 넘어 그리스 북동부 접경지역 알렉산드로폴리스 지역에 불법 착륙한 혐의로 기소돼 현지 법정에 출두했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조종사는 불법비행 입국 혐의가, 나머지 7명은 이에 따른 종범 혐의가 적용됐다.

쿠데타 실패 직후 그리스로 넘어가 망명 신청한 터키 군인들이 17일(현지시간) 불법 비행입국 혐의 등으로 입건돼 조사받기 위해 그리스 알렉산드로폴리스 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AP뉴시스

이들은 앞서 착륙 직후 그리스 정부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그리스 당국은 국제법과 터키 정부로부터의 신병인도 요청을 받은 점을 고려해 망명 수용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이들은 터키 당국으로부터 헌법 전복 혐의로 수배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쿠데타를 진압한 뒤 군과 법조계 등에서 쿠데타에 공모한 혐의로 6000여명을 체포하는 등 ‘피의 숙청’을 예고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 진압 후인 16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보이고 있다. 이번 쿠데타 직후 터키에서는 2007년 이후 폐지된 사형제 부활 논의가 거론되는 등 대규모 숙청이 예상된다. AP뉴시스

그리스가 터키 정부의 신병인도 요구를 거부하고 8명의 망명을 허용할 경우 가뜩이나 에게해 연안의 영토분쟁으로 안 좋은 양국 관계는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이들의 신병을 터키로 넘길 경우 중형이 예상되는 망명자의 인권을 무시했다는 국제적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