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트럼프월드 지었다"는 트럼프, 거짓말? 착각?

입력 2016-07-17 21:15 수정 2016-07-17 21:23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2015년 11월에 출간한 ‘불구가 된 미국’(원제는 ‘Crippled America’)이 최근 번역돼 출간됐다. 이민, 외교, 교육, 에너지, 의료보험, 경제, 총기 소유, 세법 등에 대한 생각을 밝힌 책으로 트럼프의 대선 출마선언문 같은 책이다.
 이 책에서 트럼프는 자신이 뛰어난 건축 사업가임을 여러 차례 언급하는데, 서울에도 자기 이름의 건물이 있다고 말한다. 265페이지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트럼프 월드 서울은 서울 전역과 인근 도시에 있는 6개의 콘도미니엄 건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트럼프는 “우리는 뉴욕 외 다른 도시들에도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현재 트럼프라는 이름은 뉴욕부터 하와이까지, 플로리다부터 워싱턴까지 9개 주, 그리고 우루과이부터 인도까지 10개의 다른 나라에 세운 건물에 붙어 있다”고 자랑하면서, 필리핀 센츄리 시티에 있는 유리 건물 트럼프 타워, 파나마 시티에 있는 72층짜리 트럼프 오션 클럽 등과 함께 트럼프 월드 서울을 언급했다. 이어서 그는 “우리는 전 세계에서 고급 호텔과 주택을 짓고 있다”고 다시 강조하면서 얘기를 마무리했다.
 국내에 ‘트럼프월드’라는 주상복합아파트가 있긴 하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과 용산구 한강로, 부산, 대구 등 전국 7곳에 트럼프월드 간판을 단 건물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그 건물을 트럼프가 지었다거나 소유하고 있다는 것일까?

서울 여의도의 대우트럼프월드.


 그 건물의 정식 명칭은 '트럼프 월드 서울'이 아니라 ‘대우트럼프월드’다. 트럼프는 ‘대우’를 버리고, ‘트럼프월드’만 강조했다. 시공사인 대우건설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그 건물을 지을 당시 우리나라에 고가 주상복합건물에 대한 건축 노하우가 없었다. 그래서 트럼프를 찾아가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말하자면 컨설팅을 받은 것이다. 시공은 대우건설이 했다. 트럼프 측에는 브랜드 사용 및 컨설팅 비용을 지급했다.”
 대우건설은 미국 트럼프사로부터 1998년 뉴욕 맨해튼의 초고층 건물인 트럼프월드타워 건설을 수주했다. 이 일을 계기로 대우건설은 트럼프와 인연을 맺었다. 1999년 여의도에서 ‘대우 트럼프월드’ 1호를 분양할 때, 트럼프가 직접 방문해 축하를 해주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의 방한 기사에서도 트럼프사가 자문을 했다고 보도됐다. 
 사정이 이렇다면 트럼프가 자신의 건물이라며 제시한 빌딩 목록들 속에 한국의 ‘트럼프월드’를 슬쩍 끼워 넣은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