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입에 요긴해’ 대학수업 수강 고교생 급증

입력 2016-07-17 17:30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국민일보DB

대학 강의를 수강하는 고교생이 급증하고 있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대학들이 지난해 10월 시작한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서비스(K-MOOC·케이-무크)’가 고교생과 대학을 잇는 매개로 활용되고 있다.

케이-무크는 미국 하버드대·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세계적 명문대학이 참여해 선풍적 인기를 끌고있는 온라인 공개강좌 ‘무크(MOOC)’의 한국판 버전으로 개발됐다. 케이-무크 인터넷 홈페이지에 가입하면 국내 유수 대학들이 운영하는 명품 강의를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무료 수강할 수 있다.

고교생들은 관심있는 케이-무크를 통해 진로를 설정하고, 학교 수업과 교과서만으론 충족되지 않는 지적 호기심을 채우고 있다. 또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옛 입학사정관제) 등 대입에서 활용하려는 의도도 숨기지 않는다.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과 전공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착실히 준비해왔다는 점을 어필할 ‘무기’로 염두에 두고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케이-무크를 ‘학종 시대’의 새 대입 트렌드로 주목하고 있다.

교육부 산하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17일 발표한 ‘케이-무크 연령대별 가입자 현황’을 보면 19세 이하 가입자는 지난 14일 현재 1만2246명이다. 고교생이 1만1033명으로 90%를 차지했다. 케이-무크 전체 가입자가 7만9635명으로 집계됐는데 예닐곱 중 한 명이 고교생 이하였다. 지난해 11월 처음 연령대별 통계가 집계됐을 때는 고교생 이하 가입자 수가 1763명이었는데 8개월 새 7배 증가했다.

‘대입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고교 1학년생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183명에서 3111명으로 17배나 늘어났다. 청·장년층까지 포함해 전 연령대에서 증가폭이 가장 컸다. 고2는 780명에서 4366명, 고3 수험생은 649명에서 3556명으로 각각 5.6배, 5.5배 늘었다.

고교생 전체가 178만명(2015년 교육기본통계)인 점을 감안하면 1% 미만의 극소수가 케이-무크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입시 전문가들은 조만간 수험생들이 대입 필수 스펙으로 인식하고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예컨대 서울대 경제학과를 지망하는 학생이 해당 학과 교수들이 운영하는 케이-무크 강의를 이수한 증서를 받아 놓으면 수시 모집에서 요긴할 것이란 얘기다. 한 서울 소재 사립대학 입학처장은 “이수 증서 자체로 가점을 주진 않겠지만, 심층면접 등에서 강의를 소화한 점이 입증된다면 해당 학과에 대한 관심을 어필할 도구로는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