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는 네티즌들이 많습니다. 과거 수차례 계란 봉변을 당했지만 그때마다 ‘국민들 화 풀리게 정치인들이 좀 맞아줘야 한다’고 넘겼기 때문입니다. 18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경북지방경찰청은 황교안 총리 계란 봉변 사건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습니다. 황교안 총리는 지난 15일 경북 성주를 찾아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 지역으로 선정한 이유 등을 설명하려다 봉변을 당했습니다. 주민들은 물병과 달걀을 던지며 황 총리의 차량을 에워쌌습니다.
경북지방경찰청은 전담 수사반을 편성해 관련자를 찾고 있다고 하네요. 물병이나 달걀이 위험한 물건으로 인정되거나 여러 사람이 행위에 가담한 게 확인되면 형법상 특수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인터넷 여론은 경찰과 정부에 매우 좋지 않습니다. 사전 소통 없이 밀어붙인 정부의 잘못에 비하면 계란과 물병을 던진 현지 주민들의 잘못은 가볍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앞에서는 ‘죄송하다’며 머리를 조아리고 뒤로는 ‘색출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니 황당하다 못해 분통이 터진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왜 달걀을 던졌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 결정은 대통령이 하고 그걸 설명 하러 총리가 가고. 그렇게 아무 설명 없이 사드 배치한다 하면 수긍할 국민이 있을까? 웃기지도 않는다.”
“앞에서는 죄송하다고 하고선 전담반 꾸려서 계란 던진 사람 잡는다고. 참 어이가 없다. 참외 농사지으면서 사는 사람들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데 그 정도 예상도 못했나. 일부러 일 이렇게 만들어 놓고 관련자들 수사한다고 주민들 아무 저항도 못하게 하려고. 이 나라가 정말 싫다.”
“달걀 던져서 처벌 받을 바에 돌을 던지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론하는 네티즌들이 많았습니다. 유난히 계란 봉변을 많이 당했는데, 그 때마다 대범하고 유연하게 대처했다는 것입니다.
“노무현도 쌀개방으로 계란 맞았다. 수사해야 되지 않느냐는 말에 노무현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맞아줘야 국민들 화가 좀 풀리지 않겠냐며 웃어 넘겼다. 그 시절이 그립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후보이던 2002년 11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우리 쌀 지키기 전국농민대회’에서 연설을 하던 도중 한 농민 참가자가 던진 계란에 오른쪽 턱과 입 주변을 맞았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본인은 순간 꽤 놀란 듯 입을 감쌌지만 곧바로 평온을 되찾고 끝까지 연설을 마쳤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