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슈투트가르트에서 창작발레의 가능성 묻다

입력 2016-07-17 12:44
강효형이 안무한 '요동치다'는 지난해 국립발레단이 차세대 발레 안무가 육성을 위해 시작한 ‘KNB 무브먼트’ 프로젝트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이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이 주최한 '넥스트 제너레이션'에서도 환호를 이끌어냈다. 국립발레단 제공

16일(현지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극장. 한국 국립발레단, 체코 국립발레단,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발레단, 독일 레비어 발레단, 독일 고티에 댄스 컴퍼니 등 5개 발레단의 갈라공연 ‘넥스트 제너레이션’이 펼쳐졌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이 지난 15일부터 24일까지 리드 앤더슨(67) 예술감독의 취임 20주년 축하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기획한 것이다.

국립발레단은 김용걸(42·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 안무한 ‘여행자들’과 강효형(28·국립발레단 솔리스트)이 안무한 ‘요동치다’ 등 두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갈라공연의 피날레로 무대에 오른 ‘요동치다’는 국악에 전통춤의 몸짓과 호흡법을 가미한 안무로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오랜 팬이라는 관객 헬가 켈러는 “그동안 유럽에선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종류의 작품이었다. 타악 중심의 음악과 무게 중심을 바닥에 둔 독특한 움직임이 소름끼칠 정도로 뛰어났다”고 말했다.

김용걸이 지난해 국립발레단의 의뢰로 안무한 '여행자들'. 수석무용수 이영철과 박슬기가 출연했다. 국립발레단 제공

‘여행자들’은 국립발레단이 김용걸에게 안무를 의뢰한 작품이고, ‘요동치다’는 국립발레단이 차세대 발레 안무가 육성을 위해 지난해 시작한 ‘KNB 무브먼트’ 프로젝트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이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는 한국 발레 무용수들과 비교해 안무가는 아직 그 위상이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공연처럼 좋은 작품을 해외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강효형씨나 김용걸 교수가 해외 발레단으로부터 안무 러브콜을 받는 것도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고 말했다.

‘넥스트 제너레이션’에 참가한 5개 발레단의 공통점은 예술감독이 모두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날 1400석의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이들 예술감독들을 박수로 환영했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종신무용수로 오는 22일 은퇴공연을 앞둔 강 단장의 이름이 불리자 누구보다 뜨거운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은 ‘드라마 발레의 완성자’로 불리는 존 크랑코(1927~1973)가 남긴 걸작들과 함께 케네스 맥밀란, 이리 킬리안, 존 노이마이어, 우베 숄츠, 윌리엄 포사이스 등 거장 안무가들을 잇따라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세계 발레단 예술감독 중에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출신이 유독 많은데, ‘넥스트 제너레이션’을 통해 이들과 이들이 이끄는 발레단을 초청한 것이다. 17일에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출신인 또다른 예술감독 2명까지 포함해 후진 양성을 주제로 한 포럼도 열렸다.

올해 취임 20주년을 맞은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리드 앤더슨 예술감독.

앤더슨 감독은 “내가 발레단에 있는 20년 동안에만 95개의 세계 초연 작품이 올라갔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것이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철학이다”라며 “발레단은 후원자인 노베르 협회와 함께 안무가를 희망하는 무용수들이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신인 안무가 프로그램’을 60년째 해오고 있다. 그래서 세계적인 안무가들의 첫 번째 작품 상당수가 이곳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사실 국립발레단의 ‘KNB 무브먼트’ 프로젝트 역시 강 단장이 친정인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신인 안무가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앤더슨 감독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출신의 예술감독들과 그 단체를 초청해 '넥스트 제너레이션'을 개최한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면서 “올해가 처음이지만 앞으로 또 개최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