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터키의 군부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갔지만 미국과 유럽은 여전히 불안하다. 미국은 터키의 정정불안이 ‘이슬람국가(IS)’ 격퇴전 차질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유럽은 터키가 정정불안에 휘말릴 경우 시리아 난민 억제 약속을 지키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국은 당장 터키의 인지를릭 공군기지 운영이 마비돼 IS 공습을 중단했다. 쿠데타 시도 과정에서 전력공급이 중단됐고 기지 상공이 폐쇄됐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는 16일(현지시간) “터키의 인지를릭 미 공군기지는 내부 동력으로 가동되고 있다”며 “현재 터키 정부와 인지를릭 공군기지의 항공작전을 재개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쿠데타 시도의 파장을 가늠하기 위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사태 수습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리차드 하스 미 외교협회 회장은 뉴욕타임즈(NYT)에 “터키의 쿠데타 실패는 ‘비민주적 쿠데타를 지지할 것인가, 점점 비민주적으로 변해가는 지도자(에르도안 대통령)를 지지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딜레마를 안겨줬다”고 말했다. 에릭 에델만 전 터키 주재 미국대사는 “터키의 정정불안이 통제불능의 혼란과 전면적인 내전으로 이어질 위험을 안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동전문뉴스매체 ‘알모니터’의 터키 전문가 켄기즈 캔더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군부와 뒷거래를 하면서 쿠데타 진압에 성공했지만 군부는 정서적으로나 이념적으로나 에르도안 대통령의 친구가 아니다”고 진단했다.
유럽 국가들은 일단 쿠데타가 진압됐다는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유럽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시리아 난민들을 터키가 적극적으로 수용해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행렬을 억제하겠다는 약속에 터키에 60억달러를 지원했다. 혹시라도 에르도안 대통령이 실각을 하거나 정정불안이 길어지는 틈을 타 난민행렬이 재개될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영국이 ‘난민유입’을 EU(유럽연합) 탈퇴이유 중 하나로 든 만큼 통제되지 않는 난민행렬이 다시 유럽으로 이어질 경우 제2, 제3의 ‘브렉시트’를 배제할 수 없다.
정보기관들이 아랍의 봄에 이어 이번에는 터키의 군부 동향을 살피는데 실패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미국의 정보기관과 외교관들은 쿠데타 시도 직전까지 ‘에르도안 대통령의 군부내 지지가 확실해 쿠데타가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본국에 보고했다. 그러나 항공기와 탱크가 동원되고 대통령 비서실장이 억류되는 등 심각한 수준의 군사반란이 일어났다. 그만큼 군부에 대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악력이 현격히 떨어졌는데도 이를 간파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