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검사 진경준'…"애초 검사장이 돼선 안될 사람"

입력 2016-07-15 21:40 수정 2016-07-16 05:50

진경준(49) 검사장 체포 소식에 검찰 내부에서는 “당초 검사장이 안됐어야 할 사람이 검사장이 돼 사달이 났다”는 한탄이 흘러나왔다. 사법연수원 21기 수석으로 임관한 ‘엘리트 검사’였지만, 초년 검사 시절부터 ‘사고 징후’ 역시 보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명석한 두뇌와 재빠른 상황 판단력, 처세 능력 등으로 승승장구해 ‘검찰의 별’이라는 검사장까지 올랐다. 한 검찰 간부는 “권력 의지가 강했고, 정권의 바람을 많이 탄 검사”라고 평했다.

진 검사장은 부산지검 평검사로 근무하던 때 검찰청 사무실 컴퓨터에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설치하고 업무시간에 주식거래를 하다가 적발돼 감찰을 받은 적이 있다. 그래도 업무 능력은 인정받아

법무부 검찰국에 입성, 2005년 당시 김승규 법무부 장관이 국가정보원장 후보가 되자 국정원에 파견나가 인사청문회 준비를 도왔다. 2005년 7월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이 김승규 후보자에게 “검찰국 진경준 검사가 후보자와 함께 원에 들어갈 것이다. 이런 소문이 있다”고 질의하는 게 나온다. 이에 김 후보자는 “청문회 준비를 해야 하는데, 법률 문제 같은 것은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시 파견을 받았다”고 답했다.

진 검사장은 2007년 이명박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도 파견 나갔었다. 복귀 직후인 2008년 3월 넥슨으로부터 문제의 제네시스 차량을 제공받는다. 이미 그때 검찰 주변에서는 “진 검사가 기업인한테 차량을 받아 몰고다닌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그가 법무부 형사기획과장으로 있었을 때는 다음 인사에서 검찰 인사를 담당하는 검찰과장 자리에 가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법무부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좌절됐다. 이를 두고 진 검사장은 사석에서 “TK(대구·경북) 세력이 (전남 목포 출신인) 나를 견제한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진 검사장은 이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으로 재직할 때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탈세 사건을 조사했었다. 그런데 사건을 내사 종결한 뒤 몇 달 되지 않아 그의 처남이 청소용역업체를 설립해 한진그룹 계열사로부터 하청을 따냈다. 이와 관련된 의혹은 현재 특임검사팀의 수사 대상이기도 하다.

진 검사장은 법무부에서 검찰국장으로 모셨던 한상대 검찰총장이 2011년 7월 총장에 지명되자 청문회 준비팀에 영입돼 신상 검증 업무를 담당했다. 한 총장 취임 이후 진 검사장 스스로 ‘창업 공신’이라 말하고 다녔다는 주변인 전언도 있다. 한 총장은 진 검사장을 범죄 비리 관련 첩보를 총괄하는 범죄정보기획관에 않히려는 의사가 강했지만, 법무부 장관 등이 이견을 보이면서 성사시키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총장은 이에 진 검사장을 대검 미래기획단장으로 발령 내 ‘사적인 자문역’을 맡겼다고 한다. 한 총장이 이른바 ‘검란(檢亂)’ 사태로 중도 낙마한 뒤 진 검사장의 출세 가도도 한동한 주춤하는 기색이었지만, 다시 청와대 관계자 ‘연줄’을 잡아 검사장으로 승진했다는 후문도 나온다. 그는 결국 검사장에 오른지 1년 반만에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게되면서 검찰 조직 전체를 지탄 대상으로 만들었다.

검찰 안팎에서는 특임검사팀 수사로 드러나고 있듯이 진 검사장이 이미 10년 전부터 사기업(넥슨)과 불법적인 거래를 유지해 왔는데도 법무부·대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자조와 비판이 많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