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준열(30)에게 MBC ‘운빨로맨스’는 여러모로 도전이었다. 첫 지상파 주연작이었고, 첫 본격 로맨스물이었으며, tvN ‘응답하라 1988’(응팔) 꼬리표를 지워낼 첫 시험대였다. 누군가는 아쉬운 결과라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도전은 희망적인 내일을 기약했다.
‘운빨로맨스’의 시작은 순조로웠다. 지난 5월 25일 첫 방송 시청률 10.3%(닐슨코리아·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수목극 1위로 출발했다. 동시간대 경쟁작 SBS ‘딴따라’와 KBS 2TV ‘마스터-국수의 신’ 반응이 지지부진했기에 운빨로맨스를 향한 기대는 더욱 컸다.
어쩐 일인지 운빨로맨스도 시원치 않았다. 시청률 8~9%대에 머물며 반전을 꾀하지 못했다. 후반부에는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결국 14일 방송된 마지막회에서 자체 최저 기록(6.4%)을 찍으며 막을 내렸다.
응팔 이후 ‘핫’하게 떠오른 류준열과 ‘믿고 보는’ 황정음의 만남이 좀처럼 폭발력을 내지 못한 것이다. 억지스러운 설정과 예상 가능한 전개가 흥미를 끌어내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도 배우들은 분투했다. 특히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처음 도전한 류준열은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녹아들어 설득력을 불어넣었다.
극 중 류준열은 천재적인 두뇌로 젊은 나이에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게임회사 CEO 제수호를 연기했다. 이성으로 똘똘 뭉친 원칙 수호자. 그러나 사회성이 부족해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다. 연애 경험도 없다. 여자에게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그렇게 목석같은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변해가는 과정을 류준열은 꽤나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낯선 감정에 당황하는 초반, 사랑의 기쁨과 설렘에 어쩔 줄 모르는 중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후반까지의 감정을 촘촘하게 전달했다.
특히 보늬(황정음) 집 앞에서 서성이는 장면이나 부끄러움에 혼자 ‘이불 킥’하는 장면 등에서 달달함이 극대화됐다. 능청스러운 연기력으로 몰입을 높였다. 몇몇 감정신도 안정적으로 표현했다. 로맨틱 코미디보다 밀도 있는 멜로물은 어떻게 소화할지 궁금해진다.
운빨로맨스 종영 이후 류준열은 인스타그램에 종영 소감을 남겼다. “우리 익숙해지지 맙시다. 늘 새로웁시다. 처음 만나 뜨겁게 사랑하던 그때를 기억하고 돌아가 새로운 만남을 시작합시다. 그간 서운했던 마음은 익숙함은 뒤로하고 다시 시작합시다.”
이번 단계는 클리어. 류준열과의 새로운 만남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차기작은 정우성·조인성과 호흡을 맞춘 영화 ‘더 킹’. 그 다음은 송강호와 함께하는 ‘택시 운전사’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