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을 막은 은행원 영상이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는 어떻게 보이스피싱범을 잡게 됐을까요?
15일 경찰청 페이스북(폴인러브)에 올라온 동영상입니다. 동영상 주인공은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은행에서 창구직원으로 일하는 문모(28·여)씨입니다. 문씨는 은행에 금융사기를 벌인 뒤 돈을 인출하려던 보이스피싱 인출책 허모(26)씨를 붙잡는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허씨가 붙잡힌 건 지난달 23일입니다. 허씨는 오후 3시20분쯤 은행을 찾았습니다. 그리곤 은행창구 직원인 문씨에게 2600만원을 전액 5만원권으로 인출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문씨가 “왜 현금으로 인출하세요?”라고 묻자 그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했는지 “자동차를 사야하는데 현금으로…”라며 횡설수설했습니다.
이 때 문씨는 허씨가 보이스피싱범임을 직감했다고 합니다. 일상적 질문에 당황하고 현금인출을 원하는 것 등이 수상했기 때문입니다. 문씨는 인출시간을 지연시키기 위해 수표로 드린다고 하면서 범인에게 신분증 등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곤 문씨는 일을 처리하는 척하고 자리를 옮긴 뒤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자리에 돌아온 후에도 일을 처리해야하니 자리에 앉아 기다려달라고 하고 경찰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결국 전혀 눈치채지 못한 범인은 인출이 끝나길 기다리다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은행원의 뛰어난 기자가 2600만원을 지키는 순간이었습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대기업 사원 A씨에게 전화 걸어 자신을 ‘검찰’이라고 소개하고 “당신의 통장이 범죄에 사용돼 고발됐다"며 “범죄와 관련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은행에 있는 돈을 국가안전계좌로 송금하라”고 명령했다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기지를 발휘해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은 은행 직원 문씨에게 지난 1일 감사장을 수여했습니다. 문씨같은 은행원이 많기를 바라기보다 ‘수사, 금융기관이라면서 예금을 보호해준다거나 대출 수수료 등을 명목으로 입금을 요구하는 것은 100% 사기’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듯 하네요.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