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상반기 공채에서 기업 수십 곳에 지원한 오모(27)씨는 졸업 증명서, 토익 성적표, 자격증 증명서 등을 떼느라 수십만원을 썼다. ‘취업 장수생’ 입장에서는 꽤나 부담스러운 돈이었다. 대부분 면접장에도 가지 못하고 떨어졌는데, 채용 서류를 돌려받은 적은 몇 번 없었다. 채용 서류 반환 절차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채용 서류를 반환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기업도 많았다.
채용 과정에서 구직자의 개인정보를 충분히 보호하기 위해 채용 서류의 보관, 반환 및 파기 제도가 보완될 필요성이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 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채용 서류 파기 시점에 대한 업무 매뉴얼 개정 및 관리·감독 강화,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공사 등 공공부문이 채용 서류 반환 제도를 준수하도록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민간 취업정보 업체의 조사 결과 채용절차법상 채용 서류 반환 제도를 시행하는 기업은 절반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 서류 반환 제도’는 채용에 지원했으나 채용되지 않은 구직자가 원할 경우 제출했던 각종 서류를 반환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구직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채용 서류를 준비하는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다.
하지만 다수의 민간 기업이 채용되지 않은 구직자의 서류를 상당 기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채용 서류 반환 청구기간이 지났거나 채용 서류 반환 대상이 아닌 경우 인재 풀 관리 및 상시 채용 등을 이유로 채용 서류를 보관했다.
공공부문의 경우 더 열악했다. 인권위가 국가·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의 비공무원 채용 공고 중 비전자적 방법으로 서류를 제출할 수 있게 한 사례 88건을 분석한 결과 채용 서류 반환 시행률은 12.5%로 민간 기업에 비해 훨씬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채용 절차 종료 후 1개월 이내 관련 서류를 파기한 경우는 27.3%에 불과했다. 2년 이상 또는 준영구 보관한 경우(28.4%), 보관기간을 명시하지 않거나 불명확한 경우(36.4%) 등 채용 여부가 결정된 뒤에도 서류를 파기하지 않고 장기간 보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상당수 채용 기관이 채용 서류를 장기간 보관하고, 보관 기간도 기관별로 편차가 크다. 많은 구직자가 서류보관의 목적과 기간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서류 파기 시점에 대한 업무 매뉴얼의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현행 법령 및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내 토익 성적표 돌려달라"...인권위, 구직자 '채용 서류 반환 제도' 강화 권고
입력 2016-07-15 1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