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총리, 2시간 넘게 버스에 갇혔다” 물병 계란 세례 봉변

입력 2016-07-15 15:16

황교안 국무총리가 15일 주한미군의 사드(THAAD) 배치 예정 지역인 경북 성주를 찾아 주민 설득에 나섰지만 욕설과 물병 세례만 받았다. 더구나 2시간 넘게 버스 속에 갇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56분 경북 성주군청에서 열린 주민설명회를 찾아 "엊그제 사드 배치 발표를 들으셨을 때 여러분께서 예측하지 못한 발표를 듣고 얼마나 놀라셨을지 정말 안타까운 마음으로 저도 이 자리에 섰다"며 "여러분들에게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점을 다시 한 번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황 총리는 "저는 총리로서 무엇보다도 이 지역 주민들의 안전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다"며 "정부는 주민 여러분께서 지금까지와 같이 아무런 걱정 없이 생업에 종사하실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농작물 안전에 이르기까지 이 부분에 관해서 충분하게 검토하면서 여러분들이 아무런 걱정을 하시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단식 농성 중인 김항곤 성주군수는 "너무나도 참담하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상대로 어떻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하루아침에 일방적으로 이런 엄청난 결정을 했는지 저희 군민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왜 정부는 착하디착한 우리 군민을 버리냐. 왜 정부는 우리 성주 군민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냐"고 따졌다.

주민설명회에는 3000여명의 주민이 참가했다. 성주군청 인근에는 사드 배치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여러 개의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주민들은 "성주 군민 무시하는 사드 배치 결사반대한다", "국방부는 사드 배치 사죄하라", "성주 군민 다 죽는다. 생존권 보장하라", "억울해서 못 살겠다. 사드 배치 철회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거세게 항의했다.

황 총리와 한 장관의 발언 중에도 "북한 핑계 대지마라", "물러가라", "사드 배치 결사 반대", "네가 여기 살아라", "책임져라", "입만 열지 말고 행동을 해라" 등 주민들의 항의성 발언이 계속 이어졌다. 주민들의 거센 항의로 황 총리의 발언이 끊겼고, 황 총리가 물병과 계란에 맞기도 했다. 일부 주민들은 황 총리 등에게 가까이 접근하려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주민설명회는 오전 11시35분쯤 중단됐다. 주민들의 물병·계란 세례가 심해지면서 황 총리 등은 군청사 안으로 대피한 뒤 미리 준비된 차량으로 서둘러 몸을 피했다. 일부 주민들이 청사 안으로 진입하려다 경호원들과 뒤엉키기도 했다. 황 총리 등이 탑승한 차량은 오후 1시30분까지 2시간 넘게 주민들에게 막혀 움직이지 못했다. 주민들은 물병과 계란 등을 차량에 던지면서 황 총리가 직접 나와 사드 결정 철회를 약속할 것을 계속 요구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