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성주 군민들 황총리에게 물병과 계란 투척..사드 설명회 결국 파행

입력 2016-07-15 13:50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부장관 등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15일 경북 성주군청에서 열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관련 주민 설명회는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다.

황 총리 일행은 이날 오전 10시30분쯤 헬기를 타고 경북 성주 군부대에 도착해 사드 배치지역을 둘러본 뒤 오전 11시쯤 성주군청을 찾았다.

청사 앞 광장과 주차장에 ‘사드배치 결사반대’ 라고 쓴 붉은색 머리띠를 한 채 집결해 있던 주민 5000명은 황 총리와 한 장관 등이 청사 정문 앞 계단에 들어서자 곧바로 날계란 과 물병 등을 던졌다. 황 총리는 주민들이 던진 계란과 물병에 맞았다.

황 총리는 셔츠와 양복 상·하의에 계란 분비물이 묻은 상태로 주민들에게 “사드배치를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송구하다”며 “북한이 하루가 멀다 하고 핵 도발을 하고 있어 국가 안위가 어렵고 국민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대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이어 “정부는 주민이 아무런 걱정 없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개××”, “북한 핑계대지마라”, “네가 여기 살아봐라”, “책임져라”, “입만 열지 말고 행동을 해라”는 등 거친 발언이 터져 나왔다.

주민들의 거친 항의가 계속돼 황 총리의 발언이 끊기기도 했고 물병과 계란이 계속해서 날아들었다.

김항곤 성주군수는 “너무나도 참담하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상대로 어떻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하루아침에 일방적으로 이런 엄청난 결정을 했는지 저희 군민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왜 정부는 착하디착한 우리 군민을 버리느냐. 왜 정부는 우리 성주 군민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느냐”고 따졌다.

오전 11시30분쯤 한 국방장관이 “여러분께서 걱정하는 사드 전파가 주민 건강에 전혀 유해하지 않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겠다”고 밝히자 다시 물병과 계란이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흥분한 일부 주민들은 정부 관계자들을 향해 뛰어들려다가 경찰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황 총리 일행은 군 청사 안으로 급히 철수했다.

주민들도 청사 안 진입을 시도하는 바람에 정문 앞에서 경호원 등과 한 동안 몸싸움이 일어났다.

오전 11시 40분쯤 성주군의회 건물 출입문으로 빠져나온 황 총리 일행은 미니버스에 올라탔으나 바로 주민들에게 둘러싸였다.

주민들은 오후 1시30분 현재까지 “사드배치 결사반대”라는 구호를 외치며 황 총리 일행이 탄 버스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주위를 둘러싸며 대치하고 있다.

경찰은 주민들을 강제로 진압할 경우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을 우려해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성주=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