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우리나라 불쌍"...공금횡령 조사 받으러 와 놓고 딴소리

입력 2016-07-15 11:29
정명훈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감독이 15일 오전 재직시절 항공료를 횡령한 혐의로 조사를 받기위해 서울 종로경찰서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공금 횡령 의혹으로 조사받기 위해 15일 경찰에 출석한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감독 정명훈(63)씨가 “우리나라가 불쌍하다”며 딴소리를 했다.

정씨는 이날 오전 10시쯤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에 들어서면서 기자들에게 “우리나라가 아직 불쌍한 상태에 있는 것 같다”며 “밤 12시30분까지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일하는지 저보다도 조사하는 사람이 더 불쌍하더라”고 말했다.

정씨는 전날 오전 9시44분쯤 피고소인이자 고소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이근수)에 출석해 다음날인 15일 0시30분까지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지난 3월 언론 인터뷰에서 전 서울시향 대표 박현정(54·여)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같은 달 박 전 대표를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정씨가 이날 종로경찰서에 출석한 이유는 박씨와의 공방 이외에 다른 범죄 혐의로 고발당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사회정상화운동본부는 지난해 2월 정씨가 자신에게 주어진 항공료를 가족이 사용하게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정씨가 자택을 수리하는 동안 머무른 호텔의 숙박비도 공금으로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씨는 이날 경찰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에게 횡령 부분에 대한 답변은 하지 않은 채 시향 문제만을 거론했다. 그는 “제가 누구를 도와주는 걸 제일 좋아하는데 (시향) 사건은 순전히 ‘휴먼 라이츠 바이올레이션’(human rights violation·인권 침해), 17명 시향 직원들이 그렇게 고통스럽게 당하는 걸 못 봐서 아니 볼 수가 없어서 도와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향 문제도 사람들을 사람같이 취급해야 하고 일할 때 좋게 해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점에서 발전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취재진이 횡령 혐의에 대해 묻자 “아니 그런 것에 대해서 1년 반 뒤에 그런 질문이 나온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거”라며 웃었다.

강창욱 신훈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