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사과”한다면서 ‘면피책’ 찾는 진경준 검사장

입력 2016-07-14 17:31

‘넥슨 주식 대박’ 의혹의 장본인 진경준(49·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검사장이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앞에 섰다. 그는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인정하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윤리적 잘못을 뜻하는 말이다. 법적 책임 부분은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출범 8일 만에 진 검사장을 조사한 이금로(51) 특임검사팀은 ‘포괄적 뇌물’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진 검사장은 오전 10시 검찰 조사실에 출석하며 “그동안 저의 과오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진실을 밝히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 과정에서 사실대로 모두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그의 출석은 대학 동창이자 넥슨 주식 제공자인 김정주(48) NXC 회장이 15시간 조사를 마치고 돌아간 지 3시간 만에 이뤄졌다.

진 검사장은 지난 13일 검찰에 돌연 자수서 형식의 문건을 내고 “넥슨 돈 4억2500만원을 받아 주식을 매입한 뒤 돈을 갚지 않았다”고 뒤늦게 실토했다. 넥슨 법인 자금을 빌려 주식을 사고 돈을 갚은 과정을 금융 기록으로 남겼지만, 실상은 김 회장이 120억원대 이득을 안길 주식을 공짜로 넘겼다는 말이다. 김 회장도 비슷한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오랜 친구인 두 사람이 주식 증여와 관련해 사전에 말을 맞춘 뒤 검찰 조사에 응했을 거라는 해석이 많다. 24시간 동안 진행된 진 검사장의 자수서 제출→김 회장의 출석→진 검사장 출석 등 과정이 치밀한 법리 검토에서 나온 대응 전략이란 뜻이다. 한 검찰 간부는 “피해의 최소화를 위한 신속 행보”라고 평했다.

진 검사장은 ‘직무 관련성’과 ‘공소시효’ 문제를 보호막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진 검사장의 넥슨 주식 1만주 취득 시점은 2005년 6월로 당시 형사소송법 기준으로 뇌물죄 공소시효(10년)는 지난해 6월 만료됐다. ‘뇌물은 수수한 시점을 공소시효의 기산점(起算點)으로 보는 것이 원칙’이란 게 대법원 판례다. 더군다나 진 검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뇌물죄와 연결되는 대가성 부분은 철저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검사로서 도덕적·윤리적 문제는 있을지언정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는 논리다.

특임검사팀은 진 검사장에게 포괄적 뇌물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우선 2006년 11월 기존 넥슨 주식을 넥슨재팬 주식으로 갈아타는 대목을 주목한다. 진 검사장은 넥슨 주식 1만주를 2006년 11월 10억원에 팔고, 곧바로 10억원으로 넥슨재팬 주식 8500여주를 샀다. 이 주식은 2011년 넥슨재팬이 일본 증시에 상장되기 직전 액면 분할되면서 85만여주로 불어난다. 2006년 11월 거래를 2005년과 별개로 보면 공소시효가 아직 3개월 정도 남게 된다. 검찰은 진 검사장이 넥슨 법인 리스 차량(제네시스)을 제공받아 사용한 부분도 범죄사실로 연결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