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에서 의문의 1패… 대만 ‘부글부글’

입력 2016-07-14 16:19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은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로 대만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소송에서 패한 건 분명한데 중국과 불편한 관계였던 대만이 덩달아 패배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것은 PCA 판결 가운데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에 섬이 하나도 없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대만이 실효지배한 이투 아바(중국명 타이핑다오)도 섬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암초로 규정됐다. 유엔해양법에서는 ‘인간이 거주하고 경제생활 유지가 가능한가’를 기준으로 섬과 암초를 구분하는데 암초에 대해서는 200해리(370㎞) 배타적경제수역(EEZ)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대만은 EEZ 설정의 법적 근거를 잃은 셈이다.

 대만 입법원의 린더푸 외교국방위원장은 판결 직후 “불공평하고 불공정한 판결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차이잉원 총통에게 이투 아바를 방문해 주권을 선언할 것을 촉구했다. 입법원에서는 “해병대원을 주둔시켜야 한다” “미국과 일본에게 배신당했다”는 격한 의견도 나왔다고 14일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미·일은 PCA 판결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13일 대만 남부 가오슝의 해군기지에서 타이핑다오 정찰임무에 나서는 해군 장병을 격려하고 있다. 차이 총통은 “정찰 임무는 국익을 수호하겠다는 대만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AP뉴시스

 차이 총통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도 강경 여론을 달래기 위해 13일 직접 타이핑다오 정찰선에 올랐다. 대만은 이투 아바에 파파야와 바나나 등 식물 106종이 서식하며 해안순방서(해양경찰) 대원이 상주한다는 근거로 이투 아바가 섬이라고 주장한다. 대만 남부에서 약 1600㎞ 떨어진 이투 아바는 면적이 0.5㎢로 남중국해에서 가장 큰 지형물이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