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적인’ 중국의 애국주의… 필리핀 상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져

입력 2016-07-14 15:43
중국 SNS에서 확산되고 있는 ‘구단선’을 그어 놓은 붉은 색 중국 대륙 지도. 인민일보가 제작한 것으로 ‘중국은 한 점도 적어지지 않는다’는 글귀가 있다. 웨이보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중재 판결 이후 중국에 애국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필리핀의 상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면서 자칫 폭력을 동반한 배타적 민족주의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웨이보와 위챗 등 중국 SNS에서는 PCA가 인정하지 않은 ‘구단선’을 표시한 붉은 중국 지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지도 아래에는 ‘중국은 조금도 작아지지 않는다’는 글귀가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서 제작한 이 지도는 유명 연예인들이 게시하면서 웨이보에서만 조회수 50억건이 넘었고 댓글만 700만건에 육박한다. 일부 퇴역 군인은 군복을 입은 사진과 “영토 수호를 위해 국가의 부름을 받을 준비가 돼 있다”는 글을 올리고 있다.

 필리핀산 망고를 사지 말자는 글도 유행처럼 번진다.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에는 “필리핀 제품을 팔지 않는다” “광시좡족자치구산 말린 망고만 팔고 있다”는 광고 문구를 내건 판매상이 늘고 있다. 베이징이공대 후싱더우 교수는 글로벌타임스에 “많은 네티즌의 목소리는 외부 세계에 중국 인민의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지만 애국주의가 극단적 민족주의로 흐르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베이징 주재 필리핀·미국·일본 대사관 등 공관 경비 병력을 대거 늘렸다.

 반면 필리핀에서는 ‘첵시트(Chexit)’라는 단어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BBC가 보도했다. 첵시트는 중국(China)과 탈퇴하다(Exit)를 합성한 신조어다. “중국은 PCA 결정을 받아들이고 남중국해에서 나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PCA 판결 이후에도 다자 외교무대는 줄줄이 펼쳐진다. 오는 15∼16일 몽골에서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26일 라오스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다. 오는 9월 중국 항저에서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도 예정돼 있다. 판결 수용거부를 외치는 중국이 싸늘한 국제사회 여론을 무마할 기회다.

 리커창 총리가 참석하는 몽골 ASEM은 판결 이후 첫 회의인 만큼 기싸움이 팽팽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ASEM 회원국이 아니지만 일본을 통해 중국에게 판결 수용을 압박할 것이 분명하다. 교도통신은 의장성명 초안에 “해양분쟁은 유엔 해양법 협약을 준수하고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ASEM 의제에 남중국해 문제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선언한 상태라 충돌이 예상된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