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는 자신을 43살 고시생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는 13일 밤 포털사이트에 ‘43살 고시생이 알려주는 행복한 신림동 생활’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글쓴이는 스스로의 인생을 ‘O막장’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스물여덟살 때 작은 회사 수금 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방값이 싼 고시촌으로 들어왔다고 하네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성격마저 좋지 않아 따돌림을 당하면서 결국 백수가 됐다고 합니다.
글쓴이는 백수 처지를 감추려고 사법시험을 준비한다는 핑계를 댔다고 합니다.
‘어차피 시험 붙을 일은 만무하고 젊은이의 도전. 고졸혁명! 이런 식으로 정당화하기도 좋았다. 친척들이 뭐하냐고 물으면 고시 공부한다고 하면 됐다. 어차피 합격자 보다 탈락한 사람이 많으니. 탈락했지만 수준이 엄청나게 높은 사람에게 묻어갈 수도 있고. 그래서 이 생활에 안주했다. 백수, 잉여인간 소리 듣기 싫으니까 그럴듯한 무늬만 고시생이 됐는지 모르지.’
생활비는 노모나 누나에게서 받았다는군요. 매달 100만원씩 받다가 지금은 생활에 적응해 월 2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고시원비 15만원만 있으면 됩니다. 걱정 없습니다. 고시원비만 내면 전기료 잡비 안 내니까 달달한 인생입니다.’
돈이 떨어지면 막노동을 한다고 하네요. 10번 해서 50만원을 벌고 그 중 6만원을 수영장에 낸다고 합니다. 그러면 고시원 공동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샤워를 할 수 있답니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남은 반찬을 싸와 끼니를 해결하기도 한다는군요.
꿈은 검사이지만 삶은 구차합니다.
‘일요일 고시촌 교회 가서 예배드리고 교회에서 밥 먹고요. 심심하면 대학 도서관가서 잡지나 신문도 공짜로 읽고. 동네 독서실 다니면서 버려진 책 줍거나 길가다가 옆으로 눈만 돌려도 버려진 사시책을 엄청 많아서 그서 들고 와서 도서관에서 책 펴놓고 사시 코스프레 하지요. 내 나이에 취업도 못하고 있으면 욕먹지만, 나 사시생이요~ 하면 무난하게 넘어갑니다.’
글쓴이는 생활에 만족한다고 했습니다. 어차피 결혼 생각도 없으니 수영하고 식당가고 방에서 컴퓨터하는 일상이 편하다고 하네요. 심지어 날씨가 좋으면 관악산에도 올라간다네요.
그는 미래 계획도 다 짜놨습니다. 나이 쉰이 되면 아파트 경비원이 될 생각이라고 하네요. 그는 술병이나 음료수병, 검은색 비닐봉지 등으로 가득찬 너저분한 방 사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고민이 없지는 않습니다. 2017년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고시낭인 핑계를 댈 수 없으니까요.
네티즌들은 한심하다며 혀를 차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속 터질 듯. 정신 좀 차리세요.”
“그 나이에 노모에게 돈 받아쓰면 안 쪽팔립니까?”
“저보다 6살이나 많은 분이, 지능은 우리집 어항의 구피 수준이네요.”
반대로 20대 청년들에게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재치있는 글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답시고 청춘을 허비하는 고시낭인들이나 이런 분위기를 조장한 우리 사회 전체를 비판한 것 아니냐고 말이죠.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