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산은, 한화가 낸 '대우조선 인수' 이행보조금 3000억원 일부 돌려 줘야"

입력 2016-07-14 14:19
한화가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시도하며 한국산업은행 등에 냈던 3000억여원의 이행보조금을 일부 돌려받을 길이 열렸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4일 한화케미칼이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낸 이행보증금 등 반환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양측이 체결한 양해각서 상 ‘이행보조금’의 성격을 1·2심과 다르게 봤다. 재판부는 “양측이 합의한 이행보증금의 성격은 양해각서에서 ‘이행보증금 및 발생이자는 위약벌로 산업은행 측 등에 귀속된다’고 규정하더라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봐야 한다”며 “계약이 무산될 경우 이행보조금을 채권단이 갖는다고 합의했더라도 전액을 몰취하는 것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판단했다.

위약벌은 계약이 무산된 경우 손해배상과 별도로 지급하기로 약속한 사적 ‘벌금’이다. 반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계약을 위반할 경우 손해배상으로 지급하기로 미리 약정한 금액을 말한다.

재판부는 “양해각서 체결 당사자들이 의도한 것은 이행보조금을 통해 최종계약 체결을 강제하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해배상의 문제도 함께 해결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막대한 금액이 걸린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후적인 손해 처리는 전혀 고려할 대상에 두지 않았다고 해석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2008년 10월 대우조선해양 주식매각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화는 채권단인 산업은행 등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주식 9639만여주를 6조3200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고 이행보조금 3150억여원을 냈다. 같은 해 12월 29일 양측은 최종계약을 맺기로 하고 ‘계약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행보조금은 채권단에 속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이후 금융위기 등으로 자금 확보가 어려워진 한화는 최종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산은은 다음해 1월 22일 양해각서를 해제하고 이행보조금을 몰취한다고 통보했다. 한화는 산업은행 등에 이행보증금을 돌려달라며 조정신청을 냈지만, 거부당하자 그해 11월 소송을 냈다.

1·2심은 “최종계약체결 전에 반드시 확인실사가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손을 들어줬다. 국내 금융시스템 마비로 대부분 금융거래가 중단된 상태에 이르렀다는 한화 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