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포켓몬을 잡아라”…‘포켓몬고’에 병드는 동네

입력 2016-07-14 13:27


13일 버즈피드(Buzzfeed)는 시드니의 서부 근교 지역 로오즈에 수백명의 ‘포켓몬고’ 사용자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로오즈에는 고층 아파트들이 밀집해있다.

로오즈에 많은 ‘포켓몬고’ 사용자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이곳에 희귀 포켓몬이 많이 등장한다는 사실이 빠르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로오즈의 한 주민은 “이곳에 사용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세 개의 ‘포켓스탑'이 교차하기 때문”이라며 “3배의 경험치, 포켓몬, 동전들이 쌓인다. 일정 수준의 포켓몬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계속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몰려들면서 해당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한 주민은 “거의 매일 밤 1000명이 넘게 찾아온다”며  “완전 ‘혼란’ 그 자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엄청난 소음에, 교통은 혼잡하고 쓰레기가 넘쳐난다는 것이다.

아무 곳에서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술에 취한 채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대놓고 캠핑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장시간 게임하는 사용자를 위해 스마트폰 충전기를 파는 상인도 등장했다.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해당 지자체는 로오즈의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인력을 배치하고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지역의 부시장 헬렌 맥크라그레이(Helen McCraggrey)는 “사람들이 ‘포켓몬고’를 통해 우리 지역의 공원이나 강, 호수 등에서 즐거운 경험을 하고 있다는 건 반길 일”이라면서도 “좀 더 안전한 방법으로 즐기면서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처음 게임 모임을 주도한 마이클 포프( Michael Pope)씨는 “매일 매일 사용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점점 더 시끄러워지고 복잡해지고 있다”며 “쓰레기를 치우는 등 노력 중이지만 사실상 통제가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포프씨는 의회에 여러번 도움을 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그가 뉴사우스웨일즈 경찰에 문의를 하기 전까지 의회는 묵묵부답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이런 현상을 비교적 긍정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는 “로오즈에는 흔하디 흔한 쥬벳이나 도도우가 없는 대신 110개가 넘는 희귀 포켓몬들이 나와서 사람들이 무척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또 “가장 좋은 점은 이 문화 그 자체”라며 “우리는 함께 포켓몬을 잡으면서 웃고 즐거워한다. 싸움 같은 건 일어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공원 주변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곧 누가 다칠 것 같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 공원은 원래 아이들이 뛰놀던 곳인데 요즘 매일 밤 300~400명이 게임을 하려고 모인다”며 “협소한 공간에서 게임에 미친 수백 명이 고함을 지르고, 담배를 피우고, 도로에서 고속으로 차를 몰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한 주민도 “개랑 산책을 나갔는데 개를 거의 들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며 “한 이웃은 점점 상황이 심각해질 것 같다면서 임대계약이 끝나면 이사가겠다고 했다”고 불만을 피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주민들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포켓몬고’를 하기 위해 모여 있는 사람들을 향해 물폭탄과 계란을 던지는 일도 벌어졌다.

문제는 앞으로다. ‘포켓몬고’는 곧 게임 사용자들끼리 포켓몬을 교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포프씨는 이에 대해 “경찰이 지난 밤 참석한 사람들 전원에게 2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면서도 “추가 업데이트가 된다면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환이 가능해지면 돈이 개입될 것”이라며 “사람들은 더 높은 레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텐데 목표를 이루는데 다양한 포켓몬이 출몰하는 로오즈는 가장 적합한 장소”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