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왜 불가능?” 포켓몬고 의혹이 시작됐다

입력 2016-07-14 11:03 수정 2016-07-14 11:34
기자가 포켓몬 고를 플레이하고 있는 모습

“왜 한국에서만 안 되는가?”

포켓몬 Go(포켓몬 고·포켓몬고)를 플레이 해 본 국내 네티즌이라면 이런 생각을 하실 겁니다. 포켓몬고를 만든 나이엔틱(나이언틱)의 개발자가 곧 한국에 방문한다고 하니, 물어보고 싶은 게 한둘이 아닐 텐데요. 퍼블리셔인 닌텐도 측의 한국 발매 의지도 중요하겠지만 논리적으로는 “한국에서도 포켓몬 고가 플레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첫째, 나이엔틱에서 만든 또 다른 위치기반 게임 ‘인그레스’는 한국에서도 서비스 중

포켓몬 Go 게임을 하다 보면, 기존 게임과 특이하게 다른 점이 2가지 있습니다. 첫재는 구글 지도 기반으로 자신의 주변 위치에 포켓몬들을 끊임없이 풀어놓는다는 것이고요. 둘째는 휴대전화의 동영상으로 직접 포켓몬이 앞에 있는 듯한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두가지로 “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현실세계에 가상 물체를 겹쳐보여준다”는 증강현실이 일정 부분 실현된 셈입니다. 현실의 지도에 포켓몬을 잡는다는 가상 게임을 접목했기 때문입니다.

나이엔틱이 독보적인 창의력을 발휘한 것은 포켓몬 Go 게임이 처음이 아닙니다. 나이엔틱은 2013년 이미 인그레스(Ingress)라는 게임을 출시한 바 있습니다. 구글 지도의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세계의 주요 건축물을 놓고 점령전을 벌이는 게임입니다. 

기자가 직접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 받은 인그레스 플레이 모습.

인그레스의 아트 총괄이사인 황정목(데니스 황)씨가 한국인이라는 점은 유명한 사실입니다. 스탠퍼드대를 졸업해 1998년 구글에 입사한 그는 구글지도 개발 주역인 존 행키 전 구글 부사장이 사내 벤처로 설립한 인그레스 개발팀에 2011년 합류했습니다. 그는 인그레스를 한국에 소개하며 “지도 데이터가 해외로 반출이 안 되는 한국에서는 주요 건물 등이 음영으로 처리됐다”고 말한바 있습니다. 즉 몇몇 건물의 디테일이 떨어지더라도 한국에서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증강현실 자체를 구현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인정한 셈입니다.

둘째, 속초·신안군·울릉도에서는 되고 한국에서는 안된다니?


섬세함이 떨어지더라도 집 앞에 있는 포켓몬을 잡고 싶을 제 2의 지우군과 이슬양은 많을 겁니다. 구글 지도 해외 반출 문제가 있다손 치더라도 속초와 신안군, 울릉도에서는 플레이가 된다는 사실은 한국내 포켓몬 고 출시의 희망을 높이고 있습니다.

포켓몬 고는 한반도 내에 마름모꼴 모양으로 서비스를 막고 있습니다. 이 마름꼴의 사각지대인 속초와 신안군 일부 지역, 울릉도 등에서는 포켓몬 고가 정상적으로 플레이되고 있습니다. 이병선 속초시장까지 나서 “포켓몬 고가 고속철도보다 더 빠르게 속초를 강타했다”고 말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또 시장에 보고하기 위해 속초시 공무원들까지 나서 몬스터를 잡은 장면은 신드롬에 가까웠습니다.

포켓몬 고를 퍼블리싱 하는 닌텐도 측은 현재 사용자 수가 급격히 몰려 서버 과부하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버 증설 계획을 밝혔으니 곧 서버가 확장된다면 국내에서도 포켓몬 고 서비스가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북한에서도 플레이 되는 게임이 남한에서 안 된다는 것은 난센스일 겁니다.

셋째, “우리는 포켓몬을 사랑했습니다” 이어지는 팬들의 요청

먹음직스러워보이는 피카츄.

포켓몬 고가 한국에서 출시되어야 할 큰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30~40대의 ‘아재팬’에서부터 10대 어린이들까지 국내 포켓몬의 인기는 엄청나기때문입니다.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는 피카츄를 닮은 돈까스가 팔리고 있습니다. 또 포켓몬 빵과 띠부띠부씰, 포켓몬짱까지 생각하면 한국인들의 피카츄 사랑은 어마어마합니다.

기자도 직접 포켓몬 고를 설치해 플레이해보았습니다. 이상해씨나 파이리, 꼬부기 중 하나는 처음 주어졌지만 제 귀염둥이의 친구를 잡을 수 없다는 사실에 상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편법으로 ‘fake GPS’까지 동원해 런던으로 포켓몬 사냥에 나섰지만, 정상적인 게임을 플레이 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지금의 포켓몬 고 현상은 흡사 지난해 엄청난 성공을 일으킨 ‘허니버터칩’ 현상에 비견됩니다. 이전에 없던 것의 등장, 할 수 없는 것에 더욱 목 말라하는 대중의 심리 등이 교묘히 섞여 포켓몬 고의 열풍은 쉽게 사그라들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국내에서도 포켓몬 고를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포켓몬 고를 뛰어넘을 새로운 게임이 나타날까요? 지금도 수많은 지우와 이슬이는 포켓몬을 찾아 속초로 여정을 떠나고 있습니다.

“바다에 빠졌으니깐 다시 바다로 보내주면 천국갈거야?” 포켓몬스터의 주인공 지우의 인성은 고약하기로 유명하다. 사진=투니버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