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긴즈버그 대법관 사퇴하라” vs 긴즈버그 “트럼프는 사기꾼”

입력 2016-07-14 07:30 수정 2016-07-14 09:01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와 연방대법원의 최고령이자 진보진영 좌장인 루서 베이더 긴즈버그(83) 대법관이 맞붙었다.

트럼프는 1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려 “긴즈버그 대법관은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긴즈버그가 뉴욕타임즈 등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사기꾼’이라고 비난한 데 대한 반발이다. 트럼프는 “긴즈버그는 나에게 터무니없는 정치적 발언을 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며 “정신이 나갔다”고 쏘아부쳤다.

미 역사상 두 번째 여성대법관인 긴즈버그는 지난 10일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국가 전체로서는 4년이 될 수 있지만 대법원으로서는 상상하기도 싫다”며 “그가 당선되면 뉴질랜드로 이민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종신대법관 9명으로 구성된 연방대법원은 지난 2월 숨진 앤터닌 스칼리아 대법관의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보수와 진보 성향이 4대 4로 갈라져있다. 다음 미국 대통령은 누가 되더라도 임기 중에 연방대법관 3명을 새로 임명할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이번 대선이 연방대법원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는 “연방대법관이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며 대법원의 명예에 먹칠하는 것”이라며 “긴즈버그는 대법원에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그런 발언은 오히려 내게 동력을 실어줄 뿐”이라며 “그가 빨리 대법원을 떠나기를 바란다”고 공격했다.

공화당 의원들도 가세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긴즈버그의 발언은 편견에 차 있다. 그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넬 의원은 “전적으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연방대법관이 공개적으로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2000년 앨 고어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되자 당시 여성 최초의 연방대법관이자 보수성향의 산드라 데이 오코너는 “민주당의 승리는 끔찍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연방대법원 초기인 1800년에는 많은 대법관이 존 아담스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하느라 자리를 비워 대법원 개정이 늦어지기도 했다.

법원 규정은 일반 법관에게 정치 조직이나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거나 비난하는 발언을 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도 올초 “법관은 정치적으로 비칠 수 있는 언행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종신직인 연방대법관은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