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안전매뉴얼 "휴먼스토리 발굴하라"…주민대피보다 언론대응법 '4배'

입력 2016-07-13 19:17
'원자력발전소 안전 매뉴얼'에 주민대피요령 보다 언론대응요령이 4배 이상 많아 본말이 전도됐단 비판이 나온다. 또 원전 파업시엔 청와대에 바로 연락토록 했으면서 방사능 누출 사고 땐 '국가안보실'을 통해 우회적으로 보고하게 돼있었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13일 '원전안전 분야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을 분석한 결과 주민대피요령은 2쪽 분량으로 부실한데 비해 언론대응요령은 9쪽 분량에 지침까지 세부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원전 안전 매뉴얼은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으로 작성하는 안전 지침이다.

 매뉴얼에는 언론대응요령으로 "감동적인 휴먼스토리를 발굴하라" "여성은 화려한 액세서리, 짙은 화장 등 거부감 있는 옷차림을 자제하라" 등 원전 안전과 별 관계없는 내용이 다수 있었다. 반면 주민대피요령은 "건물 내에서 생활" "외출 시 비를 맞지 않도록 주의" 등 기초적 지침 위주로 구성돼 있었다. 

 비상연락망도 우선순위가 잘못됐다. 매뉴얼은 원전이 파업으로 가동 중단되면 '대통령 비서실'을 통해 청와대에 직접 보고하도록 했다. 반면 방사능 누출 사고가 나면 '국가안보실'에 연락케 했다. 하지만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이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안보실은 재난 관련 콘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말한 만큼 원전 사고 보고체계가 정부의 기존 주장과 앞뒤가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 의원은 "국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현장대응‧주민보호보다 여전히 외부 평판을 더 중시하고 있다"며 "특히 정부 부처가 매뉴얼에 파업시에만 청와대 연락망을 등재한 것이, 원전사고시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주민 안전을 그만큼 도외시한다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