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도 안 된 ‘소녀 엄마’…대를 잇기 위해서라면 괜찮다고요?

입력 2016-07-14 00:03
사진 출처 = 웨이보

중국의 한 어촌 마을에서는 성인이 되지 않은 소녀가 엄마가 되는 일이 드물지 않다고 합니다. 만 14살이 되지 않은 소녀가 아이를 낳은 일도 있었습니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30살에 할머니 또는 외할머니도 될 수 있다는 건데요.

중국 관영매체 신화사(新华社)는 하이난(海南)성 린가오((臨高)현의 작은 어촌 마을에서 소녀가 엄마가 되는 이른바 ‘소녀엄마’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12일 보도했습니다.

16살 소녀 판훙양은 둘째를 임신한지 5개월이 됐습니다. 그는 한 손으론 TV리모콘을 잡고 자신이 좋아하는 오락프로그램을 찾으며 한 손으론 2살이 채 안된 딸을 돌봅니다.

판양의 17살 난 남편은 배에서 일합니다. 그와 40살이 되지 않은 시어머니는 집에서 아이를 돌봅니다. 
사진 출처 = 중국신문망

판양의 하루 일과는 이렇습니다. 밥 먹고 아이 밥 먹이고 TV보고 다시 아이 밥 먹이고를 반복합니다. 하지만 그가 살고 있는 동네에선 드문 일이 아닙니다.

이 동네 보건소의 ‘출산 기록지’를 보면 2015년 7월 9일부터 올해 5월 9일까지 10개월간 108명의 신생아가 출생했는데, 이 중 19명의 부모는 20세 이하였습니다. 이들 중에는 2번째 아이를 출산한 경우도 15건이나 됐습니다.

만 14살이 되지 않은 소녀가 엄마가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네 주민들은 대수롭지 않다고 하네요. 매체는 아이들이 어렸을 적부터  ‘대를 이어야 한다’는 마을 풍속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이 마을 중학교 주임교사는 “부모들이 매일 물고기를 잡으러 나가다 보니 대다수의 아이들이 할머니·할아버지와 생활을 하고 있다”며 “통제가 없어 중학교 때부터 성관계가 보편화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학교에서 강제로 금지시킨 적도 있지만 효과가 미비했다”고도 했습니다.
사진 출처 = 북경천보

교육을 경시하는 문화가 자리잡은 것도 한 몫 했습니다. 2015년 린가오현 어민의 연평균 수입은 약 1만5000위안(약 257만원)정도 됩니다.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매일 같이 물고기를 잡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공부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부모들도 아이가 자퇴를 하더라도 별일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부 담당자도 답답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정부 인구관리처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출산 관련 법률을 알려줬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중국은 G2로 상징되듯 세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급격한 발전의 후광을 입지 못한 낙후된 지역에서 결혼을 하지 않고 먼저 임신한 ‘소녀엄마’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조혼으로 내몰린 소녀들이 아직 청소년기도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임신을 하게 되면 임신 중이나 출산 때 합병증을 얻을 위험성이 있고 이로 인해 사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매체는 “조산문제는 관심의 문제”라며 “책임과 의무이자 사회의 관심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전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3년 13살 소녀가 자신의 아이를 살해한 일이 있었습니다.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닙니다. 주변에 또 다른 ‘소녀엄마’ 생겨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