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법조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이 사건의 핵심 브로커 이동찬(44·구속 기소)씨에게 뇌물을 받고 ‘청탁 수사’를 벌인 혐의로 현직 경찰관을 체포했다. 돈과 인맥을 앞세워 전방위 로비를 벌인 이씨와 경찰의 ‘검은 유착 관계’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경찰 내부에선 ‘상납설’이 돌며 “어디까지 확대될지 모른다”는 말이 돌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1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 강력4팀 소속 김모 경위를 체포하고 이날 오전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김 경위는 이숨투자자문의 실질 대표 송창수(40·수감 중)씨의 요청으로 ‘청탁 수사’를 하고 이씨를 통해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최유정(46·여·구속 기소) 변호사가 송씨 사건을 수임한 뒤로 송씨의 ‘손발’ 역할을 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김 경위와 강력4팀 팀원들의 다이어리 등 개인 소지품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은 강남서 소속 A 경사 등도 이씨에게 금품을 받은 정황을 잡고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 경위는 송씨와 관계가 틀어진 ‘회사 내부 제보자’에 대해 보복성 수사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송씨는 ‘이숨투자자문 사기사건’으로 수감 중이던 지난해 10월 부하직원을 통해 강남서 강력4팀에 진정서를 냈다. 운전기사 김모씨가 1000만원권 수표와 골프채, 시계 등 자신의 금품을 훔쳐갔다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이숨 피해자들이 송씨 모친 명의의 펜션을 가압류하는데 결정적 도움을 주는 진술을 했다. 김씨에 대한 수사 의뢰는 이에 대한 보복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경위 등은 송씨가 지난 3월 23일 ‘이숨 사기사건’ 결심 공판에서 징역 20년을 구형받자 바로 다음날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영장에는 ‘김씨와 이숨 피해자의 변호인이 공모해 금품을 빼돌렸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김씨는 자신이 훔친 돈과 골프채 등을 피해 회복을 위해 이숨 피해자 측 변호인에게 건넸다. 법원은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김 경위는 최근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수사 청탁은커녕 (이동찬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라며 “감찰반에서 조사를 다 받았다. (이동찬과) 통화 내역이라도 나오면 징역을 가겠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13일 “(김 경위가) 혐의를 일부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대리 복수까지… 이동찬 뒤봐준 강남경찰서 경위
입력 2016-07-13 16:35 수정 2016-07-13 1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