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공식 지지하며 대선 후보 경선에서 퇴장했다.
미국 지역 매체 보스턴글로브는 13일(이하 현지시간) 샌더스 지지자들이 사실상의 경선 패배에 큰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고 전했다.
샌더스는 12일 미국 뉴햄프셔주 포츠머스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했다”며 “그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일을 다하겠다”는 말과 함께 공식 지지를 선언했다.
민주당은 샌더스 지지자를 흡수하기 위해 두 세력 간의 ‘정치적 결혼’을 주선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샌더스 지지자들은 샌더스를 지지하지만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클린턴을 찍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연애는 샌더스와 하고 결혼은 클린턴과 해야 한다”며 모순적인 상황을 전했다.
샌더스는 이날 연설에서 지지자들에게 “우리는 선거 자금을 지원하는 ‘슈퍼팩’에 의존하지 않고 정치적인 메시지를 내고 정당을 왼쪽으로 이동시켰다”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멀리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샌더스의 설명에도 지지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샌더스 지지자인 데이비드 다위는 “완전 실망했고 가슴이 아프다”며 “그는 35년간 처음으로 나를 대변해준 사람이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포츠머스에서 합동유세를 할 당시 청중 3000여명 중 일부는 샌더스를 상징하는 티셔츠를 입고 샌더스를 연호했다. “버니, 버니”라는 구호와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NO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반대)” 등 구호가 들렸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샌더스는 “나는 오늘 여기에 과거를 논하러 오지 않았다. 미래에 집중하려 한다”고 했다. 클린턴이 발언하는 동안 일부 샌더스 지지자들은 연설장 밖으로 나갔다. ‘Still Sanders(아직도 샌더스)’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지지자도 있었다.
또 다른 지지자는 “샌더스에게 투표할 수 없는 것이 슬프다. 그렇지만 트럼프가 선거에서 승리하게 놔둘 수는 없다”며 클린턴에게 투표하는 것은 ‘기분이 덜 나쁘다’고 표현했다. 게일 베일리(52·여)도 “그가 패배를 인정했다.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솔직히 울고 싶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