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비게이션 내시경' 폐암 진단법 국내 첫 도입

입력 2016-07-13 10:09

폐암을 ‘네비게이션 내시경’으로 진단하는 방법이 국내 처음으로 도입됐다. 기존 주사기를 찔러넣거나 가슴을 열어 암 의심 부위 조직을 뽑아내는 방식에 비해 환자 고통은 줄고 진단의 정확성은 높아 향후 폐암 진단의 새로운 희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분당서울대병원 전상훈(흉부외과 교수) 원장과 호흡기내과 윤호일 교수팀은 환자의 고통은 크게 줄이면서도 암 진단의 정확성은 높인 ‘전자기유도 방식의 네비게이션 기관지경술(ENB)’을 국내 최초로 도입해 지금까지 4차례 시행했다고 13일 밝혔다.

폐는 인체에서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는 장기여서, 최종적인 암 진단을 위해 장기 깊숙한 곳의 암 부위까지 도달해야 하는 조직 검사 시행에 어려움이 많았다. 간단히 객담(가래)을 채취해 검사하는 방법도 있지만 정확성이 떨어졌다. 그래서 주사기를 암 의심 부위에 찔러넣거나 가슴 절개를 통해 해당 부위 조직을 확보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침습적 방식’은 모두 환자에게 심한 고통을 주고 폐 깊숙이 자리잡은 암의 경우 검사가 어려워지는 한계도 있었다. 폐조직이 크게 손상되거나 기흉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았다.

ENB 폐암 진단법은 미국에서 처음 시행된 이래 1년 6개월 정도 밖에 안된 최신 의학기술이다. 검사 방식은 CT를 통해 확보한 영상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의 폐를 3차원 지도로 구성하고, 암세포가 있을 것으로 위심되는 부위에 카테터(가느다란 도관)가 최적, 최단 경로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환자 등 아래에는 전자기 유도 패드를 깔고 누운 환자 가슴 위에 3개의 센서 패치를 붙인다. 센서 패치가 ‘위성’ 역할을 해 GPS처럼 정확한 위치를 따라 갈 수 있도록 카테터를 추적한다. 좁은 폐기도에 도달해야 할 때는 카테터 속에 미세한 카테터가 나와 목적지까지 접근할 수 있다.

윤호일 교수는 “폐암 진단을 위한 검사에서부터 큰 고통을 겪고 나서 정작 암 치료에 소극적이 되거나 심지어 치료를 포기하려는 환자까지 있는 것을 보고 새 검사법의 도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ENB 검사는 2cm 이상 크기 병변에서 100%, 2cm 이하에서는 87% 진단율을 보였고, 기흉 등 부작용도 다른 방법의 10분의 1에 불과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됐다고 윤 교수는 설명했다. 전상훈 원장은 “ENB 방식은 향후 폐암의 치료 기술로도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