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학교전담경찰관(SPO) 사건’ 특별조사단은 담당 여고생과 성관계를 가진 전 사하경찰서 SPO 김모(34)씨를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로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전 연제경찰서 SPO 정모(32)씨는 위계에 의한 간음 혐의로 입건했다. 허위 보고나 보고 누락으로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던 전 연제·사하경찰서장 등 9명, 감독 책임이 있는 이상식 부산지방경찰청장 등 6명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조치를 받도록 경찰청에 의뢰키로 했다.
강신명 경찰청장 등 경찰청 지휘부에 대해서는 역시나 ‘보고를 받지 못해 책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예고된 결론이다. 지난달 말 SPO 사건 은폐 의혹이 불거지자 강 청장 등 지휘부는 전직 경찰관의 페이스북을 통해 폭로된 그달 24일에야 첫 보고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특조단은 이 가이드라인을 감히 넘어설 수 없었을 것이다.
강 청장과 이철성 경찰청 차장은 “우리도 감찰조사를 받겠다”고 했지만 ‘우리는 정말 몰랐다’는 의미의 선언적 언사에 불과했다. 이들은 이미 기자간담회와 국회 등 공개석상에서 “나는 몰랐다”고 한 뒤였다. 지휘부가 말을 바꿀 리 없는 상황에서 특조단이 그들의 책임은 거론도 하지 못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했다. 설령 보고를 받았더라도 지휘부가 “모르는 일”이라고 못 박은 이상 내부에서 말을 맞춰야 했을 것이다.
미리 알았는지 묻지 않은 경찰청장
경찰청 지휘부가 늑장 보고를 받은 게 사실이라면 감찰부서가 미리 사건을 알았는지, 알았다면 왜 보고하지 않았는지 파악했어야 했다. 이런 사건을 감찰부서가 몰랐다고 해도 문제가 있다. 경찰청 감찰 책임자들은 이미 지난달 초 사건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강 청장 등은 이 사실을 수일 뒤에야 알게 됐다고 한다. 그것도 언론보도로 먼저 만천하에 드러난 뒤였다. 그렇게 어쩔 수 없게 될 때까지 감찰부서는 숨겼고, 지휘부는 묻지 않았다.
보고 누락 여부와 그 경위를 파악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잘못이다. 사회적 파장이 예상되는 경찰관 비위 사실이 사전에 보고되지 않았는데도 지휘부는 그 이유를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감찰부서도 어쩌다 제구실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라고 생각한 것인가.
특조단은 부산경찰청 감찰계장과 아동청소년계장에게 성비위 사실과 경찰서의 은폐 사실을 알고도 조치 없이 묵인한 잘못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아동청소년계장에 대해 조종완 특조단장(경기남부경찰청 3부장)은 “사건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조단은 이를 두고 ‘업무를 태만히 처리한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감찰부서의 보고 누락 경위를 적극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경찰청 지휘부도 태만했던 게 아닌가.
강 청장 등은 해명과 달리 사안을 가볍게 봤거나, 자신들에게 불똥이 튀지 않길 바랐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청 감찰담당관이 조직 또는 지휘부의 안위를 염려해 일부러 보고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연제·사하경찰서가 사건을 덮은 이유도 ‘사회적 파장이 우려된다’였다. ‘꼬리’들은 스스로를 잘라 몸통을 보호한 것이다.
책임의 형평성 무시한 특조단
조 단장은 경찰청의 책임에 대해 ‘감찰 기능에 에러가 있었다’는 정도로만 표현했다. 책임은 모두 부산경찰에 돌렸다. 그는 경찰청 감찰담당관에 대해 “감찰 처리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상부 보고를 하지 않기는 했지만 (업무상 과실이 아닌) 개인 책임으로 인정했다”고 말했다. 감찰 책임자가 보고를 누락한 것이 어떻게 개인 문제일 수 있다는 말인지 납득되지 않는다.
특조단의 결론은 경찰청장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감찰담당관의 보고 누락 책임을 제한하지 않으면 강 청장의 관리·감독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선 긋기는 이철성 차장이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감찰부서의 명백한 ‘보고 누락’을 ‘보고 단절’이라고 무색무취하게 표현했을 때 예견된 일이다.
경찰청은 ‘보고 누락’과 ‘경위 미파악’으로 지휘부에 대한 면죄부를 만들었다. 그러고도 특조단은 이 부산청장에 대해 “보고를 받지 못했지만 지휘를 받는 부하직원들이 보고를 누락하고 은폐했다는 점에서 주의나 경고 등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부산청장에게 감독 책임이 있다고 말하면서 경찰청장에게는 아무 책임이 없다는 것이 형평에 맞는지 의문이다. “강 청장은 몰랐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특조단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없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현장기자]경찰청장은 과연 학교경찰관 사건에 책임 없나
입력 2016-07-13 0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