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열차 소음으로 양식장 물 속 동물 죽으면 배상받을 수 있을까

입력 2016-07-13 12:00 수정 2016-07-13 12:00
고속열차의 소음·진동 탓에 양식장 자라가 입은 피해를 고속철도 관리주체가 보상해야 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고속철도 소음으로 인한 양식장 피해가 인정된 것은 처음이다. 공기 중 소음이 기준치에 못 미쳐도 수중소음도는 피해 기준을 넘어선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양식 중인 자라가 고속철도 소음·진동으로 폐사하는 피해를 입은 백모씨에게 한국철도시설공단이 7626만원을 배상하도록 7일 결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양식장에서 집단 폐사한 자라 모습.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제공

 전남 장성군에서 자라를 양식하는 백씨는 지난해 3월 호남고속철도가 양식장에서 35~40m 떨어진 곳에서 시범운행을 시작하고 정식 개통되면서 소음·진동 때문에 그해 9월까지 3500여마리의 자라가 동면하지 못하고 폐사했다며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에는 1억2398만원의 피해 배상을 요구했다.
공단 측은 고속열차 운행이 직접적인 피해 원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5월 측정 결과 소음은 주간 59.2㏈(A), 야간 53.2㏈(A), 진동은 주간 47㏈(V), 야간 43㏈(V)로 나타나 철도교통 소음 관리기준인 주간 75㏈(A), 야간 65㏈(A), 진동 관리기준인 주간 70㏈(V), 야간 65㏈(V) 이내였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위원회가 수중소음을 측정·분석하자 다른 결론이 나왔다. 평상시 105~112㏈/μPa 수준이던 수중소음도가 고속열차가 통과할 때 129~137㏈/μPa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배경소음과의 차이가 20㏈/μPa보다 낮아야 한다는 양식어류 피해 인과관계 검토 기준을 넘어서는 수치다.
 자라는 소음·진동에 노출되면 스트레스로 인한 산소 소비량 감소, 면역기능 저하 등을 겪고 폐사하거나 산란, 사료섭취, 생장 등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특히 야생 습성 때문에 다른 수산 동물보다 더 민감하다.
 위원회는 수중소음 조사 결과와 자라의 생태적 특성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고속철도의 소음·진동이 자라에 피해를 준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자라의 자연폐사율(10~30%)과 소음·진동 수준이 법적 기준치 이내라는 점 등을 고려해 전체 피해 주장액의 65%를 피해액으로 인정했다.
 고속철도 소음·진동으로 양식장이 입은 피해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원회가 지금까지 실측을 통해 배상을 결정한 양식장 소음·진동 피해 사건은 단 두건 뿐이었다. 모두 공사장의 소음·진동으로 인한 피해라서 상황을 재현하기 힘든 탓이었다. 남광희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은 “소음·진동이 공기 중에서의 기준치를 넘지 않더라도 수중 생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이 철도 시설 설치·관리 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라 피해 배상판결 웹툰.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제공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