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중재재판, 필리핀 이기고 중국 패소했다

입력 2016-07-12 18:40
중국이 지난해 4월 바다에 떠 있는 준설선들을 동원해 스트래틀리 군도의 피어리크로스 암초에서 인공섬 건설 작업을 벌이고 있다. 위쪽 주황선으로 표시된 곳이 길이 3000m가 넘는 활주로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제공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12일(현지시간) 중국과 필리핀 간 남중국해 영유권에 관련해 원고인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다.
 
 PCA 판결문에서 남중국해에 중국이 영해를 주장한 구단선을 인정할 수 없으며 인공섬을 근거로 해양 권리를 주장 수 없다고 밝혔다. 구단선이 위법으로 결정되면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의 근거가 사라지게 됐다. 중국은 1953년 역사적 근거를 토대로 남중국해 관할권이라면서 구단선을 그었다.
  
 중국 정부는 판결 결과에 대해 “필리핀의 제소 배후에 중국이 있다”면서 “판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PCA의 판결 이후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중국의 반발과 미국의 대응 정도에 따라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국제사회를 향한 미국과 중국의 여론전이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언론은 이미 최소 66개국이 중국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보도했다. 캄보디아는 PCA 판결 직전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각국을 향해 PCA 판결 결과를 준수해야 한다는 성명 발표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을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의 동참이 예상된다. 한국을 비롯한 중립적 국가는 미·중의 선택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은 국제사회 여론에서 불리한 상황이어서 만회하기 위한 강경책을 들고 나올 수 있다. 필리핀이 실효지배 중인 세컨드 토머스(중국명 런아이자오)의 강제 점유나 남중국해 인공섬 추가 작업이 거론된다. 남중국해에 전격적으로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는 9월 항저우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강경 대응을 자제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미국은 동맹국과 연대해 ‘항행의 자유' 작전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 남중국해 정세가 순식간에 긴박해질 수 있다. 미국 태평양함대 소속 항공모함 존 C 스테니스호와 로널드 레이건호가 남중국해와 가까운 필리핀 동쪽 해역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화권 매체 보쉰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미국의 남중국해 도발에 대비해 중국군에게 일전불사 각오를 다지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지난 1일 공산당 창당 95주년 기념식에서 “중국 인민은 먼저 사달을 일으키진 않겠지만 사달이 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무력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