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시절 부모님의 공부노예였다"서울대 신입생의 고백

입력 2016-07-13 00:01 수정 2016-07-13 00:01

부모님이 원해서 서울대에 입학한 16학번 신입생이 “대학에 입학한 지금도 혼란스럽다”는 고백의 글이 화제다.

지난 10일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자신을 16학번 신입생이라고 밝힌 A씨의 글이 올라왔다. A씨는 “나는 우리학교를 좋아하지 않는다. 안타깝지만 나는 다른 학생들처럼 우리학교를 오고 싶어서 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운을 뗐다.


A씨는 “부모님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학교에 왔다. 부모님의 울타리는 사실 말이 울타리지 나에게는 창살 없는 감옥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어서 그는 “고등학교 때 엄마는 내가 공부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길 바랬다. 3년 동안 엄마는 내 독서실 옆자리에 앉아 새벽 2시까지 함께 있었다. 그렇게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서 잠이 들면 아빠는 내 가방을 뒤져서 내가 오늘 얼마나 공부를 했는지 확인했다”고 털어놨다.

뿐만 아니라 A씨의 부모는 등굣길에도 항상 동행했다. 이유는 A씨가 버스를 타고 가면서 혹시라도 잠을 자거나, 노래를 들으면서 공부를 안할까봐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부모님이 야자를 하는 것도 친구들과 엮인다며 항상 학교 끝날 때에 맞춰서 데리러 왔다”고 말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A씨의 부모는 “옷을 사주면 바람이 들어서 공부를 안 한다”는 이유로 옷을 사주지 않았다. A씨는 “고등학교 3년 내내 교복 말고는 어떤 옷도 입어본적이 없었다”며 “20년 전에 엄마가 입던 옷을 입기도 하고 사촌누나가 준 다 떨어진 여성 티셔츠를 입어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이와 같은 생활에 길들여 져버렸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런 생활에서 벗어나려면 엄마 아빠가 원하는 것을 해주자고 마음먹고 서울대학교에 합격했다”고 말했다.


대학 입학 후 그는 “감옥 같은 곳에서 벗어나고 나니 더 이상 나에게 남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고대 노예들은 길들여진 뒤에는 스스로가 노예임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그 생활에 적응한다고 한다. 나도 마치 그런 노예가 돼 버린 것 같다. 목표를 잃어버리고 현실이라는 바다에 표류하는 배가 되어버렸다”고 심경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A씨는 “자신의 꿈은 가수다. 하지만 부모님은 나의 꿈을 모르는 척하며 무시 한다”며 “부모님과의 연을 끊고 꿈을 좇아야 하는지 아니면 나를 죽이고 부모님이 원하는 내가 되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이 글은 2,200개의 '좋아요'와 180개의 댓글을 기록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A씨를 응원하고 나섰다.

네티즌들은 “부모님 밑에서 버텨낸 게 정말 대단하다” “부디 이제 행복 하세요” “하고 싶은 일에 있어서는 불효자가 돼야한다” “인생에 있어서 주체는 누구입니까?” “나중에 더 크게 후회 하시지마시고 꼭 하고 싶은 거 하세요” “부모님한테서 벗어날 용기가 필요해요” “어떻게 저런 환경에서 반항 없이 잘 컸을까” “부모와 세상에 의해 꿈을 억눌려 살아온 인생의 슬픔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겁니다”라며 응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