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며 치매에 걸린 70대 노모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한 50대 아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어머니가 잠을 자다 사망했다고 거짓으로 신고한 뒤 태연하게 장례까지 치렀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어머니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존속상해치사)로 송모(51)씨를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송씨는 지난 7일 오전 3시쯤 강북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치매에 걸린 어머니 우모(79)씨의 머리, 얼굴, 몸 등을 주먹과 손바닥으로 수차례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게 이유였다.
송씨는 우씨가 숨을 거두자 ‘어머니가 잠을 자다 죽은 것 같다’며 소방서에 신고했다. 빈소도 차렸다. 우씨의 온몸에서 발견된 멍자국에 대해서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자주 넘어지곤 했다”고 둘러댔다.
경찰은 심각하게 손상된 우씨의 머리에서 살해 혐의점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외부 충격으로 인한 두부 손상'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와 송씨가 어머니를 때리는 소리를 들었다는 이웃 주민의 진술을 바탕으로 지난 8일 송씨를 긴급체포했다. 체포 당시 장남인 송씨는 상복을 입고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송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때렸다. 하지만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다”고 말했다. 송씨는 특별한 직업 없이 3년 전부터 어머니와 단둘이 지냈다. 우씨는 지난해부터 치매를 앓아왔다고 한다. 경찰은 송씨가 상습적으로 우씨를 폭행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대소변 가리지 못한다고 치매 걸린 어머니 때려 죽여
입력 2016-07-12 17:51 수정 2016-07-12 1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