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으로 5시간 운동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최근 급부상한 ‘EMS’ 얘기다. 텔레비전 뷰티 프로그램에 몇 번 등장하더니 요즘은 여자 연예인들의 SNS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검정 쫄쫄이에 갑옷같은 조끼를 입은 모습은 어쩐지 비장하기까지 하다.
팔다리에 연결된 줄들은 SF만화를 연상케 한다. 비슷한 운동으로 EMA도 있다. 미세 전류를 이용해 운동한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저주파를 이용해 근력운동에 용이한 EMS와 달리 EMA는 중주파를 이용해 유산소 운동을 할 수 있다.
스튜디오마다 차이는 있지만 EMA 1회 체험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소셜커머스 등을 이용하면 만 원 정도로 경험해볼 수 있다. 어떤 운동인지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 지난 1일 경기도 성남의 스튜디오로 향했다.
운동 전 인바디로 먼저 몸 상태를 체크했다. 트레이너는 모두 표준 수치지만 체지방량이 많은 편이라며 운동을 통해 근육량은 늘리고 체지방량은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옷 입는 순서부터 난항
“속옷은 전부 벗고 입어주시면 됩니다.” 트레이너의 설명이 이어졌다. 미세전류가 근육을 자극하게 하는 방식이라 수트가 몸에 딱 붙어야한다지만 속옷마저 벗으라는 말에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옷 입는 순서도 철저하다. 물을 뿌린 검정색 쫄티와 쫄바지를 먼저 입어야 한다. 중주파가 잘 흐르게 하기 위해서다. 다음 레슬링복처럼 생긴 수트에 다리부터 끼운다. 팔은 역도 준비자세처럼 앉아야만 끼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허리띠까지 매면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끝난다. 이때부턴 트레이너의 도움이 필요하다. 허벅지와 팔에 띠를 두르고 EMA기계의 선을 연결한다.
첫 수업에서는 받아들일 수 있는 중주파 정도를 알아내는 데 목표를 둔다. 일립티컬에서 10분정도 뛰면서 서서히 레벨을 높인다. 부위별로 들어가는 중주파 세기를 달리할 수도 있다. 팔, 다리, 복부, 엉덩이, 등 중 잘 견디는 부위는 세게, 힘든 부위는 약하게 진행한다.
초반에는 움찔움찔하는 정도였지만 나중엔 아프기까지 했다. 특히 복부는 누군가에게 얻어맞는 느낌이 들었다. ‘숨이 안 쉬어진다’고 애원하자 트레이너는 레벨을 아주 조금 낮춰줬다.
유산소 운동을 마친 뒤 스쿼트를 시작했다. 5분 동안 ‘투명의자’에 앉은 채 버티면 된다. 3분쯤 지나자 허벅지가 ‘달달’ 떨리기 시작한다. 자극을 높이자 의지와 상관없이 근육이 움직이는 기분이 든다.
트레이너는 “들어오는 전류에 몸을 맡기지 말고 버티려고 노력하면 칼로리가 더 소모된다”고 설명했다. 총 운동시간은 17분정도인데 온 몸은 땀범벅이 됐다.
운동을 마친 후 릴렉스 프로그램까지 진행했다. 매트에 가만히 누워 쉬는 시간이다. ‘몸’은 쉬지만 ‘기계’는 쉬지 않는다. 이때도 역시 몸에 중주파를 흐르게 한다. 덕분에 가슴 위로 모은 손이 움찔움찔 제멋대로 움직인다.
릴렉스 프로그램은 근육을 풀어주는 단계로 보면 된다. 다음날 겪을 근육통을 줄여주는 예방주사인 셈이다. 트레이너는 “이 프로그램 대신 유산소 운동을 조금 더 하는 걸로 뭉친 근육을 풀어줘도 된다”고 했다.
직접 체험해본 결과 확실히 근육에 자극은 잘 가는 듯하다. 복근운동을 따로 하지 않았는데도 배가 당기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단련하기 힘든 등 부분도 운동이 된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2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땀을 내며 운동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트레이너는 “유산소와 무산소 운동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라고 했다.
느낌은 괜찮은데 효과는?
EMS(Electronic Muscle Stimulation) 트레이닝은 저주파 자극을 통해 근력 운동 효과를 극대화 해주는 운동 방법이다. 1960년대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 비행사의 근력 손실을 막기 위해 고안됐다. 최근에는 근육강화와 지방연소 등에 효과적이라는 입소문을 타고 ‘뜨는’ 운동으로 급부상했다.
EMA(Electrical Muscle Activate)는 중주파를 이용해 무산소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같이 할 수 있는 운동방식이다. 근육을 비교적 부드럽게 자극해 근육통이 덜한 편이다.
그렇다면 ‘20분 운동, 5시간 효과’는 사실일까? 지난 2010년 발행된 코크란 리뷰에 따르면 EMS 패드를 붙이고 가만히 있던 사람과 일반 운동을 한 사람 사이에 별 차이가 없었다. 다시말해 EMS가 일정의 운동 효과를 낸 셈이다.
하지만 개인의 운동 능력이나 몸 상태에 따라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EMS, EMA 트레이닝은 다른 운동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고 관련 연구도 적은편이다. 전류 자극이 몸에 맞지 않으면 힘들 수 있기 때문에 직접 한 번 체험해보고 운동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재활의학과 전문의 고모(33)씨는 "전기자극과 동시에 해당근육의 운동을 하면 운동만 홀로 했을 때보다 더 높은 수준의 근육활성화가 나타났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며 "하지만 목, 가슴, 머리부위 및 골절, 타박상이 의심되는 부위에는 전기자극 패드를 붙여선 안되며 몸에 급속 삽입물이 있는 경우에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