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아버지 치료비 위해…수박 파는 두 형제

입력 2016-07-13 06:30
사진 출처 = 망이신문

아버지의 병 치료를 위해 두 아들이 수박장사에 나서 많은 이들을 코큿 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중국의 인터넷매체 망이신문(網易新聞) 등 다수 매체는 허난(河南)성 카이펑(開封)시의 작은 현에서 아버지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수박을 팔고 있는 왕저양(14)군과 왕저위(13)군의 사연을 11일 보도했습니다.

이들이 수박을 팔기 시작한 건 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 왕둥잉(35)씨를 위해서입니다. 매체에 따르면 왕씨는 지난 2010년 강직성척추염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강직성척추염은 면역계 이상으로 척추에 염증이 생겨 허리나 엉덩이에 지속적인 통증이 발생하면서 척추가 굳어버리는 병으로 난치성 희귀질환의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진 출처 = 망이신문

이로 인해 왕씨의 관절은 뻣뻣해졌고 혼자서는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가 돼 버렸습니다.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진료를 받았지만 병은 조금도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사용한 병원비도 10만위안(약 1711만원)이 넘는다고 하네요.

집안의 기둥이 병으로 쓰러지자 가세는 점점 기울었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두 소년의 어머니는 고향으로 도망갔고 지난해 10월에는 할아버지조차 궁핍함을 견디지 못하고 그들만을 남겨둔 채 농약을 마시고 자살하고 말았습니다.

그 후 두 아들이 집의 가장이 됐습니다. 왕씨 가족의 사연이 동네 주민들에게 알려지면서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습니다. 시장 상인들이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서면서 학비 감면 혜택과 정부의 보조금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사진 출처 = 망이신문

하지만 아버지의 약값을 충당하기에는 충분치 않았습니다. 두 형제는 여름방학이 되자 옆집에서 리어카를 빌려 수박을 도매로 사다가 시장 입구에서 직접 팔기 시작했습니다. 학생의 본분을 잊지 않고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한 여름 뙤약볕 아래서도 교과서를 꺼내 읽었습니다.

수박장사로 나선 두 소년의 사연이 널리 퍼지면서 “거스름돈 필요 없어”라며 수박 가격보다 훨씬 많은 돈을 내고 가거나 “너희 문구류 사렴”하면서 돈만 주는 손님들도 생겨났습니다.

왕둥잉씨도 매체들을 통해 “두 아이는 아직 어리고 갈 길이 멉니다. 형제가 충분히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나중에 꼭 사회에 보답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0일에는 왕씨 가족을 위한 사랑의 모금 활동도 있었습니다. 사연을 듣고 온 기업과 사회 단체의 지원으로 모인 성금이 2만 6290위안(약 450만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