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체포' 간첩 의심자, 북 225국 지령 받아 국내 정세 수집

입력 2016-07-12 15:33

북한 대남공작 조직인 ‘225국’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국내 정세를 수집, 대북보고문을 작성한 50대 2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김일성 일가 3대에 대한 생일 축하문도 작성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체포된 뒤에는 대한민국을 ‘적’으로 간주하면서 검찰 조사 자체를 거부하는 ‘신문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김재옥)는 국가정보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해 송치한 김모(52)씨와 이모(54)씨를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4년 3월과 지난해 8월 베트남으로 넘어가 북한 225국 공작원들과 접선, 지령을 받거나 목적수행을 협의한 뒤 귀국한 혐의(국보법상 특수잠입·탈출 및 회합)를 받고 있다. 225국은 소위 ‘남조선 혁명’을 목적으로 간첩을 남파하거나 지하당을 구축하고, 주요 정보를 수집하는 조선노동당 산하 대남간첩 총괄기구다.

이씨 등은 귀국 후 국내정세동향을 담은 대북 보고문을 정기적으로 작성했다. 남한 내 정치권, 노동계 및 시민사회 동향,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관련 정보 등을 수집해 보고문 형태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들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찬양하고 충성을 다짐하는 축하문도 3차례 적은 것으로 파착됐다. 2014년 12월의 축하문에는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영도 하에 나날이 강성위력해지는 선군조선의 위용을 바라보면서 조국통일의 밝은 미래를 확신하고…”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씨는 북한 대남 적화노선 문건인 ‘조선민주련방공화국창립방안’을 코팅해서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도록 갖고 다녔고, 김일성 어록이나 주체사상을 수첩에 적어서 소지하는 등 이적표현물 57건을 보관한 혐의(이적표현물 소지)도 있다.

검찰은 이들이 대북 보고문 등을 최첨단 암호화 프로그램인 ‘스테가노그래피’를 사용해 내용을 숨긴 뒤 외국에 서버를 둔 이메일로 송·수신을 하면서 각별히 보안을 지켰다고 전했다. 수첩에 적을 때도 ‘주체’를 ‘ㅈㅊ’, ‘인민’을 ‘ㅇㅁ’으로 표기하는 등 음어를 사용하고, 회동 시에는 휴대전화 전원을 꺼 위치 추적을 차단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 5월 24일 서울 동작구 한 PC방에서 북측과 이메일로 접촉하던 중 국정원에 체포됐고, 공범인 이씨도 같은 날 경기도 안산 자택에서 체포됐다. 두 사람은 뚜렷한 직업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체포 후 수사기관의 신문에 응하지 않겠다며 소환조차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등 ‘신문 투쟁’을 벌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구치소에서 나오는 것도 거부하고, 기본적인 인적사항에 대해서도 진술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결국 이들의 간첩 혐의를 강하게 의심하면서도, 일단 간첩죄는 제외한 상태에서 구속 기소를 했다. 이들의 이적 활동 동기, 북한 공작원과의 접선 경위 등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로부터 압수한 디지털 증거 등 분석 결과가 나오면 간첩 혐의 추가 적용 등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의 공범이 있는지, 더 나아가 이들과 연결된 조직이 존재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