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프로축구선수, 부상으로 은퇴해 모은 돈 도박 등으로 탕진하고 한다는 짓이…

입력 2016-07-12 15:13 수정 2016-07-12 15:32

“운동이 전부가 아니다. 몸 망가지면 끝이다. 운동하면서 돈을 얼마나 모았냐? 돈이 최고다. 투자하면 주식투자 등 사업으로 큰 수익을 주겠다.”

전현직 프로축구 선수들을 이 같은 감언이설로 속여 9억여원을 편취해 도박이나 유흥비로 탕진하고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까지 운영한 전직 프로축구 선수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사기 및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 혐의로 프로축구 선수 출신인 홍모(31)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박모(31)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홍씨는 2014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A(33)씨 등 전현직 축구선수 등 7명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9억여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홍씨는 올해 3월부터는 B씨(30) 등으로부터 끌어 모은 2억여원으로 서울 강남의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차리고 직접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도 받고 있다.

홍씨는 2013년 부상으로 프로축구 선수에서 은퇴한 뒤 특별한 직업 없이 사설 불법 스포츠도박에 빠지면서 모아 놓은 돈을 모두 탕진하자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홍씨는 고급 수입차 여러 대를 바꿔 타며 A씨 등 전·현직 축구선수들에게 서울 강남의 고급 룸살롱에서 술을 사면서 사업에 크게 성공한 사업가로 자신을 둔갑시켰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운동이 전부가 아니다. 몸 망가지면 끝이다. 운동하면서 돈을 얼마나 모았냐? 돈이 최고다”며 “나에게 투자하면 주식투자 등 사업으로 큰 수익을 주겠다”는 수법으로 돈을 모아 도박과 유흥비로 탕진했다.

홍씨는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달라’고 하면 “운동선수이기 때문에 신고 못 하지 않느냐, 투자한 돈이라도 받고 싶으면 다른 투자자를 데리고 오라”며 오히려 적반하장의 자세를 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홍씨로부터 사기를 당한 피해자 중에는 결혼자금, 제2금융권 대출금 등을 건넨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다른 전현직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불법 스포츠도박에 관련됐는지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