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퍼미네이터(sperm+terminator)'라는 별명을 가진 이 남성은 앞으로도 당분간 정자 기증을 중단할 생각이 없다고 하네요.
하지만 ‘연쇄 정자 기증’으로 인해 아내와는 이혼해야 했고 몇몇 여성들로부터 양육비 소송을 당해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했다는 애환을 밝혀 또 한번 웃음을 샀습니다.
영국의 독립텔레비전인 ITV와 데일리메일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아리 나이절(40)이라는 뉴욕 남성은 방송프로그램 ‘This morning'에서 앵커들과 영상 연결을 통해 “그동안 정자 기증을 통해 22명의 아이(18명의 아이 엄마)를 두고 있지만 (정자 기증을) 그만 둘 생각이 없다”면서 “페이스북을 통해 전세계 여자들로부터 1000여차례 정자 기증 요청을 받았다. 가능한 해 주려고 노력 중”이라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현직 수학교사인 그는 “나는 결코 거절하지 않는다. 여성들은 아기를 갖기 위해 나의 서비스(?)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들을 돕고 싶은 것 뿐”이라고 했습니다. 또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한 여성이 컨택해 왔다. 내가 거기까지 날아갈 수 없으니 내 정자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는 정자 기증을 어떻게 하느냐는 앵커들의 질문에 “‘어떤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임신하길 원한다. 반면 일부 여성은 클리닉을 더 선호한다”며 에둘러 대답했습니다.
그는 또 정자 기증과 성공의 비결에 대한 질문에 “타이밍이 중요하다. 또 잘 쉬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성공의 비결”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정자 기증으로 생긴 자식 22명 중 몇몇은 지금도 만남을 가지면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미국에서는 정자 기증을 통해 생면 부지의 아버지와 자식들이 상봉하는 일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절은 “22명을 전부 다 보는 일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나이절은 현재의 아내와 아이 셋을 두고 있었는데, 최근 아내와는 이혼을 했고 정자를 기증한 몇몇 여성들로부터는 양육비 소송도 당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몇 년간은 정자 기증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정자 및 난자 기증이 법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태평양 건너 미국 사회의 일이긴 하지만 만약 유난히 ‘핏줄’을 따지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떨까요? 여러 가지 법적, 윤리적 문제들이 발생할 것입니다.
현재 우리사회에서도 암암리에 정자와 난자를 사고 파는 일이 진행되고 있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은 난임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정자은행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난임이나 저출산 극복을 위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전에 충분한 사회적인 논의와 공감대가 형성돼야 할 듯합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