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권하는 사회… ‘먹방여신’은 없다

입력 2016-07-12 00:05


JTBC의 새 예능 ‘잘먹는 소녀들’이 지난 6일 2회 방영을 끝으로 사실상 폐지됐다. 프로그램의 포맷은 이러하다. 걸그룹 멤버들이 나와 ‘먹방’대결을 펼친다.다른 출연자들은 이들 중 누가 더 맛있게 잘 먹는지를 평가한다.

그러나 첫 방영 후 “푸드포르노의 극치” “가학적이고 관음적이다”등 비판이 이어졌다.

JTBC가 ‘걸그룹 먹방’ 논란을 빚고 있을때 SBS스페셜은 가감없는 현실을 전했다. 지난 3일 방영된 ‘다이어트의 종말: 몸의 목소리’에는 걸그룹 ‘라붐’의 다이어트 식단이 공개됐다.



멤버들의 1일 섭취 평균 열량은 약 700kcal였다. 하루종일 샐러드와 요거트, 시리얼과 견과류 정도를 먹는다.

저녁을 거른 한 멤버는 “너무 배가 고파서 빨리 아침이 왔으면 좋겠다”며 배고픔을 호소했다. 또 “연예인이 안됐다면 푸드파이터가 되었을 것”이라며 식단조절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들은 “다음에는 잘 먹는 걸그룹으로 소개되고 싶다”고 말했다. 

날씬하면서도 잘먹는 건 미덕이다. 걸그룹 멤버들의 ‘먹방’은 흥미로운 콘텐츠다. 하지만 ‘먹방여신’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혹독한 다이어트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반 여성들조차 여성 연예인들과 같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2010~2012년 국민영양건강조사결과 19~24세의 젊은 여성의 저체중이 문제라는 진단이 나왔다. 20대 여성의 저체중률은 약 22%로 조사됐다.

영양섭취 부족도 문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4년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19~24세 여성의 60%가 아침을 먹지 않고 약 20%가 저녁을 거른다. 점심을 먹지 않는다고 응답한 여성도 18%나 됐다.

자신의 체중을 ‘과대인식’하는 여성들도 많았다. 자신의 ‘신체이미지’를 왜곡해 인지하는 비율은 여성이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20~30대 여성의 3분의 1이 자신의 체중을 과대인식했다.

전문가들은 “신체이미지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굶기, 다이어트 약 복용 등 잘못된 다이어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지나친 다이어트는 섭식장애로도 이어진다. 폭식증 환자의 3분의 2는 20~30대 여성이다. 20대 여성 섭식장애 환자 수는 남성의 9배에 달한다. 여자연예인들은 방송에 나와 섭식장애를 겪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또  “우리는 쏟아지는 식품 광고, 먹방 등 비만을 조장하는 환경 속에 살면서 미디어로부터 날씬하기를 요구받는다”며 “이런 모순된 환경은 젊은 여성들에게 다이어트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요요현상을 만연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SBS스페셜에 소개된 책 ‘다이어트의 종말’ 에서도 현대사회의 다이어트 산업이 ‘요요’를 필연적으로 동반한 블랙홀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배고픔을 ‘의지’로 견뎌내야한다는 다이어트 산업의 이데올로기에 우리의 뇌와 몸은 강력하게 저항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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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