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조금 2억3000여만 원을 빼돌려 쌈짓돈처럼 사용해온 국립대병원 센터장이 경찰에 적발됐다.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수억원의 국책사업 지원보조금을 횡령한 혐의(업무상 횡령 등)로 화순전남대병원 전 국제메디컬센터장 장모(58)씨를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화순전남대병원 국제메디컬센터장으로 근무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지원한 해외환자 유치 지원사업 보조금 2억3000여만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장씨가 빼돌린 돈을 하룻밤 투숙하는데 150만원이나 하는 서울 모 특급호텔에서 부인과 함께 숙박비로 사용하는 등 흥청망청 써왔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또 여행과 외식비, 심지어 택시비 등에도 외국인 환자유치에 활용해야 될 보조금 카드를 ‘전가의 보도’처럼 함부로 긁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장씨는 물품구매 계약서와 영수증 등 각종 회계정산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거래업체 6곳에 보조금을 집행한 뒤 돈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41회에 걸쳐 1억5000만원을 빼돌렸다. 해외환자 유치활동에 사용해야 될 보조금 카드도 장씨에게는 생활비 전용카드 역할을 했다. 장씨는 그동안 해외환자 유치 지원 사업과는 상관없이 171회에 걸쳐 8000여만원을 개인적으로 착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복지부와 지자체, 병원은 그동안 자체감사에서 혼자 보조금 관리업무를 전담해온 장씨의 횡령 사실을 전혀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병원 내부의 느슨한 회계절차와 감사체계, 사업비를 지원한 보건복지부와 지자체의 보조금 사후점검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 같은 범행이 수년 간 이어져 왔다고 밝혔다.
장씨는 2013년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가 횡령의혹이 불거진 이후 해임됐다.
경찰은 올해 초 병원을 압수수색하는 등 6개월여의 수사를 벌여 장씨의 횡령사실을 밝혀냈다.
송기주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보조금 관리시스템의 허점과 개인의 도덕적 해이가 맞물려 혈세가 줄줄 새온 것으로 드러났다”며 “체계적인 사후관리와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혈세 2억3천여만원 빼돌린 국립대병원 간부, 경찰에 구속돼
입력 2016-07-11 1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