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풀면 나 엿될 듯" 서울대 피해 여학생의 '분노'

입력 2016-07-11 11:06 수정 2016-07-11 11:23

서울대 남학생 8명이 단체카톡방을 통해 동기 여학생 등을 성희롱하는 메시지를 주고 받은 가운데 피해 여학생이 심경을 밝혔다. 

피해 학생은 "작년 한 술자리에서 술에 취한 동기 남학생 한 명이 동기 여학생 한 명에게 실수로 남자 동기들의 단체 카톡방을 보여줬다. 죄책감을 느끼면서 보여준 것이 아니라 실실 비웃으면서 ‘너희가 보면 어떻게 할건데’ 식으로 ‘(카톡방) 봐봐라’고 말했다고 경향신문이 11일 보도 했다.

이어서 이 피해 학생은 "동기 남학생들에 대한 실망감이 가장 컸다"며 "발언이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 반성하지 않고 계속해서 웃음거리로 삼고 있었다. 평상시의 외모, 옷차림, 언행 하나하나가 성적 조롱의 대상이 됐다는 사실이 너무 무섭다"며 분노했다. 


인문대 남학생들은 몰래 촬영한 여학생의 사진을 올린 뒤 '박고 싶다'고 말하거나 ‘배고픈데 먹을 게 없냐’는 질문에 “○○○(동기 여학생 이름) 먹어”라고 하거나 “여자가 고프면 ○○ 가서 포도 따듯이 툭툭 따먹어” 라며 대화를 나눴다.

또한 이들은 동기 여학생들 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 여성을 상대로 “(과외 요청이 들어온) 초등학교 5학년은 로린이(로리타와 어린이의 합성어)라…고딩이면 좋은뎅” “여자가 고프면 신촌주점 가서 따라” “슴만튀(가슴 만지고 튀기)” “몸이 좋은 여성들 봉씌먹(봉지 씌우고 먹다)” “ㅋㅋㅋ 먹버(먹고 버린다)는 가혹해” 등 성폭력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 피해 여학생은 “고려대 사건에서는 단체 카톡방에 있던 남성이 내부고발자가 되어 언어성폭력 내용을 폭로했다. 진짜 용기있는 행동이라 생각한다. 내부고발자가 있었다는게 너무 부럽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부의 언어성폭력 문제를 고발하는 움직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말했다.

앞서 고려대 남학생들의 성희롱 발언은 카카오톡 채팅방의 내부고발자에 의해 알려졌다.

서울대 대자보에 따르면 이 카톡방에서는 단 한 명의 내부 고발자도 나오지 않았다. 남학생들은  ‘엠창 남톡 털리면 우리 뉴스에 나올 듯 간수 잘하자’ ‘야 진짜 이거(발언 내용) 풀면 나 엿될 듯’이라며 외부 유출을 단속하는 데만 집중했다. 이런 발언들이 나온 이후로도 가해자들의 언어성폭력은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총학생회 산하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와 인문대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여학우들이 성별에 근거해 생식기로 일컬어지거나 성행위의 대상으로 취급받은 것에 대해 분노를 표한다"며 "가해자들은 몰상식하고 저급한 언행으로 피해자들에게 정신적 상처를 줬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교 관계자는 "해당 학과와 인권센터에서 조사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이들을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